꿀은 꿀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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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은 꿀이어야
  • 유지순  webmaster@joongang.tv
  • 승인 2020.07.1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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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 중앙신문=유지순 | 꿀은 예로부터 몸에 아주 좋은 식품으로 약이라고 생각할 만큼 귀히 여기며 모든 사람에게 아낌을 받아 왔다.

이렇게 소중한 것이 꿀이라, 진짜 꿀을 만나기가 어려워 부자지간에도 믿지를 못한다는 속설이 있을 만큼 진위를 가리기가 힘들다. 그래도 모든 양봉가들은 소비자에게 공급하기 위해 질 좋은 꿀을 생산하려고 온 힘을 기울여 땀 흘리면서 꿀 농사를 짓고 있다. 이런 때 식약청에 벌이 설탕을 먹고 만든 꿀을 사양 꿀이라고 하는 이름을 붙여 시판하도록 허가를 요청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설탕을 먹여서 채밀을 하여 꿀처럼 파는 몇몇 사람들 때문에 소비자들이 꿀에 대한 것을 믿지 못하므로 이런 제안이 나왔다는 생각이다. ‘사양 꿀하면 언뜻 듣기에 벌을 길러서 만든 꿀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사양 꿀은 벌에게 설탕을 먹여서 채밀한 것을 말한다.

지금 양봉하는 사람들은 설탕 꿀은 어디까지나 설탕 사양 꿀이지 그냥 사양 꿀이라는 단어는 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소비자들이 사양 꿀이라는 표시만 보면 그냥 꿀이구나 하고 구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꿀을 벌꿀사양 꿀이라는 말을 쓰지 말고 벌꿀설탕 사양 꿀로 바꾸라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꽃에서 벌이 날라 온 진짜 꿀과 설탕 꿀을 혼동하지 않고 자기의 구미에 맞게 구입해서 쓰면 된다. 진짜 꿀은 값이 약간 비싸더라도 여러 가지로 유용하게 쓰면 되고, 설탕 꿀은 일단 벌이 설탕을 먹고 내놓은 것이므로 그냥 설탕보다는 훨씬 질이 좋으니 약간 싸게 구입해서 물엿이나 설탕 대용으로 쓰면 좋을 것이다.

예전에 어떤 할머니가 시골에서 아들 주려고 가져왔는데 집을 찾지 못해 돌아갈 차비가 없어 판다는 꿀을 산 적이 있는데 그것이 설탕을 끓여서 만든 것임을 나중에 알았다. 설탕물에다 꿀 향과 빛깔이 나는 화학약품을 섞어 드럼통에 담아 산 위에서 아래로 굴려서 혼합을 잘 시켜 진짜 꿀인 양 팔기도 했다. 또 설탕물을 땅에 묻었다가 꿀처럼 변하면 판다는 뉴스를 보고 소비자들은 꿀에 대한 불신을 잔뜩 가지고 있다. 지금은 이렇게까지 비양심적으로 꿀을 만드는 사람은 없다.

양봉협동조합에서 수매하는 꿀은 철저한 검사를 거쳐서 조금이라도 이물질이나 항생제 같은 약물이 나오면 받지를 않기 때문에 양봉농가에서도 정신 바짝 차리고 꿀을 생산하고 있다. 극소수의 설탕 꿀을 만드는 사람들은 정 설탕 꿀을 만들려면 사양 꿀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말고 설탕사양 꿀이라는 이름을 분명히 붙여야 한다.

세상에는 가짜가 너무나 흔하고 많다. 가짜라는 단어가 붙은 물품이 하도 많아 이루 헤아릴 수도 없다. 중국에서는 가짜 달걀도 만들어 파는 재주가 있다니 가짜의 홍수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현대인들이다. 아무리 단속을 해도 끊임없이 교묘한 수법으로 진짜와 똑같은 형태로, 아니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물건을 만들어 공급을 한다. 공산품은 그럴 수 있다 해도 자연에서 나오는 생산물을 가짜를 만들어 속여 파는 것은 천인공노할 일이다.

당국에서 원산지 표시에 대해 철저히 조사를 하고 감시를 해도 상인들이 실천을 잘 못해서 소비자들은 늘 불안한 것이 현실이지만 양봉을 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채밀하는 꿀만큼 정말로 질 좋은 꿀이라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커다란 자부심이다.

꿀은 꽃과 벌이 만들어 내는 최상의 명품이다. 그래서 명품 그대로를 소비자에게 드리고 싶은 것이 양봉농가들의 바람이며 양심이다. 1년 내내 벌에 매달려 최상의 꿀을 만드느라 애쓰는 양봉가들은 힘든 일 다 잊으며 진짜 꿀 생산을 큰 보람으로 알고 살고 있다.

꿀은 어디까지나 진짜 벌꿀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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