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A씨 "인간적인 사과 받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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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A씨 "인간적인 사과 받고 싶었다"
  • 장민호 기자  mino@joongang.tv
  • 승인 2020.07.1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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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지르고 울부짖고 신고하지 못해 후회한다"
A씨 변호인 김재련 변호사가 A씨가 박원순 시장으로부터 받은 피해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제공)
A씨 변호인 김재련 변호사가 A씨가 박원순 시장으로부터 받은 피해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제공)

| 중앙신문=장민호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가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A씨 변호인 김재련 변호사와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 등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 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내용이 담긴 A씨 입장문을 공개했다.

입장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련했습니다. 너무 후회스럽습니다. 맞습니다. 처음 그때 저는 소리 질렀어야 하고, 울부짖었어야 하고, 신고했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랬다면 지금의 제가 자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없이 후회했습니다.

긴 침묵의 시간, 홀로 많이 힘들고 아팠습니다.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습니다.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지르고 싶었습니다.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습니다. 용서하고 싶었습니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 받고 싶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저의 존엄성 헤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습니다. 죽음, 두 글자는 제가 그토록 괴로웠던 시간에도 입에 담지 못한 단어입니다.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실망스럽습니다. 아직도 믿고 싶지 않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많은 분들에게 상처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5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제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숨이 막히도록 합니다. 진실 왜곡과 추측이 난무한 세상을 향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하지만 저는 사람입니다. 저는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저와 제 가족이 보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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