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과 ‘業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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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과 ‘業績’
  • 박남주 기자  oco22@hanmail.net
  • 승인 2020.07.12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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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주 국장
박남주 국장

| 중앙신문=박남주 기자 |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죽음에 대한 충격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많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 박원순 시장의 시민분향소가 지난 11일 서울시청 앞에 마련돼 연일 이른 아침부터 박 시장의 죽음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줄을 잇고 있다.

10년 가까이 서울시를 이끌어온 박 시장의 정책과 노선에 공감해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다.

친구들과 함께 분향을 마친 고등학교 1학년 전상우 군은 평소 박원순 시장님을 존경했고, 그 비전이 저희랑 맞았는데 이렇게 안타까운 일을 당하셔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동선을 공개하셨고, 그게 법제화돼 감명 깊었다그린벨트를 절대 해제해선 안 된다는 부동산 정책도 기억에 남는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또 서울 송파 사는 20대 대학생 A씨 역시 높으신 분들이 할 일도 많으시니, 청년 입장은 별로 신경을 안 쓰게 마련인데 (정책의) 효과가 있고, 없고를 떠나 청년들을 위해 지원사업을 하신 게 의미가 깊다 생각한다며 박 시장을 추모했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박 시장의 죽음에 대해 여전히 비현실적이라며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떤 시민은 조문을 마무리한 후에도 한참을 영정 앞에 멍하니 서 있기도 했다.

다만, 박 시장이 임종하기 직전 불거진 성추행의혹에 대해선 의견이 조금씩 엇갈렸다.

앞서 박 시장의 실종 하루 전날인 지난 8일 전직 서울시청 비서는 박 시장으로부터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했다며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마포구에서 친구들과 분향소를 찾은 20대 여성 최 모 씨는 이미지도 너무 좋고, 소탈하고 친절하셨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다면서도 고소 건에 대해선 그건 잘 모르겠고, 조금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두 딸의 손을 붙잡고 조문을 마친 30대 남성은 잘잘못이야 가려져야 되는 것이 마땅하다지만, 그렇다고 박 시장의 공이 가려져선 안 된다좋으신 분이었고, 10여 년 간 서울 시민으로 살면서 존경할 만한 부분이 많았었는데 정말 안타깝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정치권에서도 각 정당 간 약간의 이견(異見)은 있으나, 여야 할 것 없이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어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낳고 있다.

누구보다 여성의 인권과 관련해 많은 업적(業績)을 남긴 그였기에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

1993년 서울대 우조교 사건의 변호를 맡아 500만 원의 손해배상을 받아낸 변호사가 바로 그였다.

이 사건으로 인해 성희롱도 명백한 불법행위란 인식을 우리 사회에 심게 된 계기가 됐다.

뿐만 아니라, 누구 보다 앞장 서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여성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인물이기도 하다.

더욱이 앞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광역시장 등 여권의 주요 인사들의 미투와 관련한 낙마를 생생하게 목도한 상황이어서 당혹감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보면 여성 인권 옹호에 누구보다 앞장서 왔던 인물이기에 앞선 미투 정치인들이 밟았던 수사와 재판 과정을 겪어낼 자신이 없었던 것으로도 이해된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대 우조교 사건을 비롯해 미국 문화원 사건과 말지 보도지침 사건 등의 변호를 맡았고, 참여연대에선 소액주주운동, 낙천 낙선운동 등 인권 변호사이자 사회운동가로서 많은 활동을 벌였다.

그리고 아름다운 재단을 통해선 나눔을, 싱크탱크 희망제작소를 통해선 시민들의 정책 참여의 길을 열기도 했다.

모든 분들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통해 마지막으로 남긴 고인의 말이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의 안타까운 죽음에 미투 피해자의 2차 피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아마 박 시장의 뜻도 그럴 것이다. 미투 피해자의 2차 피해나, 더 나아가 미투 운동의 위축을 그도 바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죽음을 두고 여러 말들이 많지만 그가 이 세상에 남긴 수없이 많은 업적(業績)은 높이 평가돼야 할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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