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긴 안목으로 의연하게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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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긴 안목으로 의연하게 대응해야
  • 박남주 기자  oco22@hanmail.net
  • 승인 2020.06.2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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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주 국장
박남주 국장

| 중앙신문=박남주 기자 | 그 동안 끊임없이 대남 압박의 강도를 높여오던 북한이 급기야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청사 건물을 폭파하는 일을 저질렀다.

남북 정상 간 합의인 ‘4·27 판문점 선언의 결실로 탄생한 건물이 19개월 만에 폭파되면서 향후 남북관계가 급격하게 후퇴할 것이란 분석이다.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은 시공비를 포함, 1778000만 원이 투입됐으며, 23개월 간의 추정 유지비 만도 160억 원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연락사무소는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 따라 같은 해 914일 개성공단 내에 설치됐다.

당시만 해도 남북 인원이 한 공간에 상주하는 연락 채널이 구축돼 향후 서울-평양에 주재할 남북 대표부로 진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현 정부의 남북관계의 상징적 성과이면서 지난 2018년 한반도에 불던 희망의 상징이기도 했다.

이처럼 큰 의미를 지닌 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면서 남북관계는 2018년 판문점 선언 이전으로 회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현 시점에서만 보면 앞으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는 운신의 폭이 매우 좁아진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은 지난 4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대북 전단(삐라) 살포 문제를 제기한 이후 65일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와 9일 조선중앙통신 보도, 12일 장금철 통일전선부장 담화 등을 통해 수차례 연락사무소 폐쇄 의사를 드러내 왔다.

이에 우리 정부는 발 빠르게 대북 전단 살포 단체들에 대해 엄정 대응하고, 관련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북한에 메시지를 보냈다.

그럼에도 북한은 지속적으로 대남 비난 및 위협 발언을 이어갔고, 결국 지난 16일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말았다.

이러한 북한의 움직임은 우리 정부의 대응과 무관하게 이미 정해진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대응을 내부적으로 마련한다 하더라도 북한이 예고한 ‘9·19 군사합의파기 등 군사적 도발을 비롯해 개성공단·금강산 철거 등을 강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우리 정부를 으로 규정하고, 연락사무소를 공개적으로 폭파하는 등 대남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대남 적대 정책을 빠르게 재전환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이처럼 고강도 대남 압박을 이어가는 북한의 의도가 과연 무엇일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표면적으론 대북전단 문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또 다른 복합적인 의도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대북전단은 김정은 위원장을 겨냥한 것이어서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인 동시에, 정권과 체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 등을 우려해 이번 기회에 그 싹을 제거하려는 의도로 점쳐진다.

또 우리 정부에 강한 불만을 쏟아내면서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 전환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미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등 대북사업에 즉각 나서란 항변(抗辯)이다.

북한이 남북 간 연락 채널을 모두 차단하고, 군부의 도발 가능성 시사에 이어 연락사무소 건물까지 폭파한 것도 문재인 정부가 그 동안 공들여온 남북 관계가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하면서 압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도 북한은 우리 정부의 대응을 봐가며 대남압박과 도발의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그 동안 정부가 북한의 요구사항을 수용할 수 없었던 것은 북한 핵개발에 대한 유엔의 제재 때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 엄중한 상황이지만 남북관계 발전을 멈출 순 없다며 대화를 중단치 말라고 북한에 촉구했다.

그러면서 남과 북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물론,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평화정착과 통일의 기반을 만드는 일은 이어가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을 용납해서도 안 된다.

따라서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 대화의 문은 열어놓되, 긴 안목을 갖고 의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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