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특별법’ 추진 신중 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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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특별법’ 추진 신중 기해야
  • 박남주 기자  oco22@hanmail.net
  • 승인 2020.06.1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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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주 국장
박남주 국장

| 중앙신문=박남주 기자 | 19년 전인 지난 2001911일 오전 84592명의 승객을 태운 아메리칸항공 소속 AA11편 점보여객기가 뉴욕의 최고층(110) 건물인 세계무역센터(WTO) 쌍둥이 빌딩 중 북족 건물에 정면 충돌했다.

이어 93분 승객 65명을 태운 유나이티드 항공의 UA175편 여객기가 남쪽 건물로 돌진했다. 모두 보스턴에서 출발해 로스앤젤레스로 가던 중 공중 납치된 비행기들이었다.

‘9.11 테러로 불리는 이 사고로 무려 297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21세기 문명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

이후 각종 음모론이 끊이지 않고 제기됐다. “CIA가 사전에 알았다” “미국 정부의 자작극이다” “유태인 4000명은 미리 알고 출근을 하지 않았다는 등의 설이 파다했다.

이같은 음모론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이를 처벌할 어떤 법률도 만들지 않고 있다.

수정헌법 1조 때문이다. 미국 헌법은 표현의 자유를 가장 우선적 가치로 여긴다.

정부여당이 ‘5.18 왜곡처벌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은 한국전쟁 이후 우리 현대사에 가장 큰 비극이자, 우리 민주주의의 뿌리가 된 사건이다.

김영삼 정부 이후 진상규명 작업이 꾸준히 진행돼 왔으나, 아직도 발포자 등 진상규명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진상규명과 왜곡자를 처벌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법과 역사는 서로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 21도 표현의 자유를 중대한 가치로 보장하고 있다.

역사적 영역에서 벌어지는 ‘5.18 망언을 처벌하는 법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보다 우선하는지 논란이 일 수 밖에 없다.

지만원 씨 처럼 극단적 주장을 펴는 사람은 굳이 특별법이 없더라도 현행 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

세월호 사건 망언 때처럼 집단지성(集團知性)의 힘이 더 강력한 처벌자가 될 수 있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북전단 금지 살포법은 그 추진 시기가 참으로 민망하다.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리얼미터가 대북전단 살포에 국민의 절반이 넘는 51%가 반대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실제로 이른바 삐라라 불리는 대북전단은 뿌려봤자 북으로 가는 것보다 남쪽에 떨어지는게 더 많고,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만 위협하는 어쩌면 소모적 정치행위란 지적이다.

그런데, 북한 김여정이 지난달 31일 대북전단을 비난하며 남한 정부는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라고 하자 마자 우리 정부는 마치 화답이나 하듯 나섰다.

남북교류 협력법이 만들어진지 6년 동안은 뭘 했으며, 2년 전 판문점회담 합의 이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나서는게 볼썽사납다.

북한에 성의를 보여주는 메시지용이라거나 김여정법이란 비난을 자초한 것이다.

이 역시 현행법으로 얼마든지 처벌이 가능한 상황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논란을 감수하면서 별도의 법을 만들 필요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때는 처벌할 근거가 없고, 이젠 생긴 것인가? ‘지금은 맞고 그 땐 틀리다는 영화적 발상이란 조롱을 받기에 충분하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발의한 가짜뉴스 처벌법도 마찬가지다.

허위로 보도한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토록 하는 이 법안이 없더라도 명예훼손죄 등 현행 법률로도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장치는 있기 때문이다.

야당 시절 언론의 자유를 그토록 외치던 여당이 이제 와서 헌법정신에 반하는 법안을 앞다퉈 내미는 것은 내로남불식이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법이 다가 아니고, 법치는 자유를 보장키 위한 민주주의적 장치일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6.10 민주항쟁’ 33주년 기념식에서 우리의 민주주의는 더 크게, 더 튼튼하게 자라고 있다. 이젠 남부럽지 않게 성숙했다고 평가했다.

‘6.10 민주항쟁으로 얻어낸 것이 민주주의이며, 표현의 자유다. 법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버려야 한다. 다시 말해 특별법추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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