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을 끓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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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국을 끓이면서
  • 유지순  webmaster@joongang.tv
  • 승인 2020.06.0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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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 중앙신문=유지순 | 떡국을 끓이려고 사골을 곤다. 국물 맛을 더 좋게 하고, 떡국에 꾸미로 쓰려고 양지머리를 넣고 함께 끓인다.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기를 기다리면서 우리나라 음식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 본다.

떡국국물에 인공조미료 대신 표고버섯과 다시마 우린 것을 더하고, 마늘과 대파, 양파로 향을 내면 최고의 맛을 낸다.

고명을 갖은 양념에 무친 고기와 황·백색의 달걀지단, 구운 김, 실고추를 살짝 얹으면 맛과 영양, 빛의 조화까지 고루 갖춘 완벽한 일품요리다. 남녘 어느 지방에서는 떡국에 두부와 문어, 굴을 넣어 끓이기도 한다. 거기에 세계 5대 음식중 하나인 김치만 곁들이면 한 끼의 훌륭한 식사가 된다.

비빔밥과 잡채 구절판, 신선로를 예로 들어도 고기와 야채, 해산물이 골고루 들어가면서 고명으로 색깔을 조화시켜 아름답게 꾸미면 한 가지 요리만 가지고도 완벽한 일품요리로 손색이 없다. 녹두부침개만 해도 고기와 숙주, 고사리와 김치, 갖은양념이 들어가고 기름으로 부친다. 맛도 좋지만 주재료에 함유되지 않은 모자라는 요소들에 궁합이 맞는 식품들을 첨가해서 완전한 식품으로 만든다. 각 나라의 고유한 음식에는 그 나라의 문화와 예술혼이 배어 있다.

10년 전 파리에는 10군데의 한국음식점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계속 늘어나서 1백여 곳에 이르다니 놀랍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작가 목수정씨는 요리의 왕국인 불란서 사람들이 우리나라 음식에 매료되어 열광하는 이유가 사람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음식 자체의 매력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한국음식을 처음 접하는 프랑스 사람도 한 번 먹어보면 열렬한 홍보대사가 된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외국음식 1위로도 한국음식이 꼽혔다. 우리나라 음식이 몸에 좋다는 이유에서다. 농림수산식품부의 현지 조사에서 베이징 내 한국식당은 783개로 일본식당 536개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이소연 씨가 우주선에 가지고 간 김치와 라면 외에 우주식품 인증평가를 받은 우리나라 음식은 불고기와 비빔밥, 미역국, 오디음료가 뽑혔다.

일본인이 많이 먹는 반찬에 김치가 1위를 차지했다. 남편의 오랜 일본인 친구가 있다. 일본에도 김치가 넘쳐 나지만 우리나라 집에서 만드는 김치를 좋아해서 김장철이면 몇 포기씩 김장김치를 보내준다. 집에서 담근 김치는 사먹는 김치에 비교할 수 없이 맛이 뛰어나다고 그분은 감탄을 한다.

고급스럽고 귀한 음식일수록 섬세하게 손이 많이 가니 손에 익지 않으면 만들기가 어렵다. 아무리 좋은 요리책이 있어도 머리로 만들 수는 없다. 숙련되지 않으면 만들기 힘든 것이 요리다.

우리나라는 곳곳에 그 지방 특유의 토종음식이 많은데 만들기 힘들다는 이유로 지금은 잘 만들어 먹지를 않는다. 그 음식을 만들 줄 아는 사람들도 이 세상을 떠나고 있어 각 지방의 고유한 토종 음식들이 사라지지 않을는지 걱정이다. 국가에서도 한식을 세계화 시키려고 애를 쓰고 있다니 한국음식이 세계화 된다면 우리나라 농산물 수출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상들의 뛰어난 지혜와 솜씨가 이어진 우리나라 음식은 한 가지 요리로도 완벽한 영양과 맛, 색이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음식이 건강에도 좋으며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좋다고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이런 멋진 음식문화가 전 세계인에게 알려지고 있으니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다.

음력설과 정월보름에는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을 많이 해 먹는 절기이니 우리 음식에 대해 좀 더 자부심을 가지고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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