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더 아름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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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더 아름답게
  • 유지순  webmaster@joongang.tv
  • 승인 2020.05.2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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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 중앙신문=유지순 | 혹독한 겨울을 나면서 비닐하우스도 많이 무너졌고, 과수의 꽃눈이 얼어서 농작물 피해가 많다고 하니 금년에는 살기 어려운 한 해가 될 지도 모르겠다. 비닐하우스에서 키우는 채소들도 심한 추위에 눈도 많이 오고 구름 낀 날이 많아 제대로 생육이 되지 않아 채소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걱정이다.

그래도 얼마나 정성들여 키웠는지 봄이 되어 햇살이 따뜻하게 퍼지니 어김없이 예쁜 꽃과 나무들이 많이 나와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 긴 겨울 변덕이 심했던 추위에도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저성을 다해 키워 낸 화훼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존경스럽다.

요즘은 관청에서 길가 빈터마다 꽃과 나무를 심어 거리를 아름답게 만들어 지날 때마다 기분이 좋다. 지자체의 노력이 눈에 보이는 듯해서 고마운 마음도 듣다. 여기에 부응해서 각 개인도 집 주변에 꽃을 심고 깨끗이 정리를 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며칠 전 동네사람들이 모여 개울가로 쓰레기를 치우러 갔다. 남편도 함께 갔는데 많은 양의 쓰레기에 놀랐다고 한다. 비닐 조각은 물론이고 종이나부랭이, 옷가지와 못 쓰는 전자제품 등 각종 생활 쓰레기가 널려 있어 모으기도 힘들었다고 한다. 냇가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들의 양심은 어디에 두었는지 우리나라 사람들의 민도가 이 정도인가 하고 한심한 생각이 들었단다.

작년에 인도에 갔을 때 쓰레기더미에서 사는 사람들을 보고 놀랐다. 사람이 어떻게 저런 속에서 살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지저분했다. 집안의 쓰레기를 집 밖으로 그대로 내다버리고 하수도가 없어 길은 온갖 오물과 하수물이 섞여 질척거렸다. 거기에 인도 사람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소가 멋대로 돌아다니면서 쏟아놓은 분뇨가 더 더러움을 보탰다.

인도에서 부자들은 일하는 사람들은 십여 명씩 두고 살아서 집안이 깨끗하다고 한다. 한 발짝만 나서면 더럽고 지저분한 환경이 둘러싸고 있는데 자기 집만 깨끗하면 무슨 소용인가.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쓰레기 분리수거제도가 잘 되는 나라 중 하나다. 분리하여 쓰레기를 버리기만 하면 관청에서 모두 수거해 가는 제도가 잘 되어 있지만 주민이 그 뜻을 잘 따라주지 못하니 주변이 지저분할 수밖에 없다.

동네에서도 주변에 꽃을 잘 가꾸어 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놓은 집도 있고, 노는 땅이 있어도 손을 대지 않고 버려두어 잡초가 우거지고 휴지조각들이 휘날려 지저분한 집도 있다. 예쁜 꽃을 잘 키워서 집 안팎을 아름답게 손질해 놓은 집을 보면 집주인의 인품과 부지런함이 어떤지 짐작할 수 있어 그곳을 지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유럽의 각 가정에는 거리로 향한 창문마다 꽃으로 장식이 되어 거리가 참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았다. 꽃이 밖을 향해 피어있으니 집주인을 위해 꽃을 키우기보다는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기 위해서라는 생각을 했다. 그 꽃으로 인하여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훈훈한 인심도 읽을 수 있었다. 꽃을 잘 가꾸면 그 아름다움에 동화되어 주변은 깨끗해질 것이다.

주변을 깨끗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일은 지자체의 힘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주민과 지자체가 모두 관심을 가지고 살피면서 버리지 않기, 정리하기 등 각자가 해야 할 일을 다 했을 때 바람직한 변화를 가져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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