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재판 개입’은 ‘법치주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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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재판 개입’은 ‘법치주의’ 도전
  • 박남주 기자
  • 승인 2020.05.2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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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주 국장
박남주 국장

지난 20101심 선고로 시작돼 2017년 대법원 확정으로 종결된 한명숙(76)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이 다시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한 전 총리에게 9억 원을 건넸다는 한만호(2018년 사망) 당시 한신건영 대표의 비망록이 공개되면서 검찰수사 과정의 문제점이 회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만호 전 대표는 비망록에서 "검찰의 강압과 회유로 허위 진술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직접 당사자인 한 총리는 (대법원의 유죄 판결이 난)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과 관련, 결백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에서 권양숙 여사 등과 함께 오찬을 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본인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말씀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중심의 재조사론에 대해선 "별다르게 대응에 대한 얘긴 없었다"면서도 "지금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신중을 기하는, 깊이 있게 보는 것 같은 느낌은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김태년 원내대표는 "한 전 총리는 검찰의 강압수사와 사법농단의 피해자"라고 반박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여기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구체적인 정밀조사가 필요하다"며 힘을 보탰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비망록이 이미 1,2,3심에서 법원의 판단이 끝난 사안이라, 재심이 받아들여지기가 쉽지 않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만호 비망록은 당시 재판에도 제출됐었으나, 신빙성이 낮다는 판단을 받았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증거가 위조됐거나, 위증 등이 증명된 때로 재심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다시 말해 기존 판결을 뒤집을 만한 명백하고도, 새로운 증거가 있어야 재심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새로운 증거가 없고, 오로지 한만호 대표의 비망록만 존재할 뿐이다.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의 주장이라 신빙성을 검증할 방법도 없다.

상황이 이럼에도 집권 여당에서 재심 주장이 나오는 것은 총선 승리에 따른 한풀이란 역공을 받기에 충분하다.

총선 승리에 도취한 현 정부 일부 핵심세력이 '친노대모 살리기'에 나섰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대목이다.

총선에서 승리했다고 유죄가 무죄가 되고, 법법자가 양심수로 둔갑될 순 없다.

정치가 재판에 개입하는 것은 사법체계를 흔드는 것으로,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현 정부에서 임명된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확정된 재판이 잘못됐다고 명백한 증거도 없으면서 정치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사법불신의 큰 요인이 된다"고 직시했다.

이 뿐 아니라, 여권 일각에서 '공수처 대상 1'란 말까지 나오는 것은 현 정부의 염치까지 의심케하는 어불성설이다.

다만, 법무부나 또는 검찰의 자체 진상조사 여지는 있다는 지적이 있다. 당시 대법원 소수 의견에도 검찰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대목이 있다.

"검사가 한만호 대표의 진술이 번복되지 않도록 부적절하게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는게 일부 대법관들의 의견이었다.

검찰이 비망록에서 유리한 부분만 발췌했을 것이고,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문제점도 있다.

검찰도 오랜 세월 여러 사건에서 피의자를 상대로 강압과 회유, 협박 등의 행태가 가해졌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법무부나 검찰은 과거사위원회 같은 별도 기구를 만들어 이에 대한 진상조사를 철저히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국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또 다시 현재 권력과 검찰이 대립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 전 총리의 재심을 주장하려거든 명백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진상조사 정도로 이번 논란을 마무리 짓는 게 집권 여당의 명분 있는 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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