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은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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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은품
  • 유지순  webmaster@joongang.tv
  • 승인 2020.05.2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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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 중앙신문=유지순 | 선물을 받을 때마다 언제나 겉포장이 예쁘고 멋져서 어떤 물건이 들어 있을지 빨리 풀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거기에 보내주시는 분의 사랑과 정성까지 담겨서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겉포장에 비해 내용물이야 어떻든 선물을 받는 그 자체로 행복하다.

선물과 성질이 비슷하면서 아주 다른 사은품이라는 것이 있다. 물건을 사면 선심 쓰듯 끼워 주기도 하고, 개업식에서도, 카드대금에서 적립되는 점수로 주는 사은품도 있다.

그런데 이 사은품이라는 것은 한 번도 흡족하게 잘 써 본적이 없다. 들은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에 사은품이 확산된 것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사람들이 우리나라 농민들을 모으기 위해서 성냥을 주기 시작한 데서라고 한다. 부싯돌을 써서 불을 붙이다 성냥을 받았으니 얼마나 편리하고 좋았을까. 처음에는 성냥을 주다가 나중에는 수건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지금도 마을이나 어떤 행사에 가면 수건을 주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직접 사람이 받을 수 있는 물건은 쓸 만한 것들이다.

문제는 받는 사람이 누구인지 얼굴을 대면하지 않아도 되는 적립금으로 주는 사은품이나 개업식 같은 데서 주는 다양한 물건들이다. 여러 해 동안 쌓인 이런 물건들을 가지고 있자니 귀찮고 버리기는 아까워 사은품에 대한 정리를 해 보았다.

눈가림으로 과대포장을 해서 눈길을 끈 뒤 내용물은 형편이 없는 것, 생긴 것은 그럴 듯한데 작동을 하지 않는 것, 어떤 유명회사 물건을 본떠서 만든 모조품으로 보기는 그럴듯한데 질이 나빠 쓸 수가 없는 것 등 종류도 다양하다.

사은품을 받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진에 나온 물건이 괜찮은 것 같아서 적립된 금액에 해당되는 냄비 세트를 신청했다. 독일의 유명한 그릇회사에서 디자인을 했다고 씌어있지만 모양은 비슷한데 끝마무리가 하도 엉성해서 손을 다칠 것 같다. 스텐으로 된 재질은 몇 번 음식을 하자 변해서 냄비를 볼 때마다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몇 십 년씩 사용한 스텐 그릇들이 아직도 닦기만 하면 반질반질 윤이 나는데 어떻게 이런 눈속임을 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돈을 버는 방법도 가지가지지만 이런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나 그런 물건을 구입해서 사은품으로 내놓는 사람이나 똑 같다는 생각이다.

한 가지 작은 물건을 주더라도 가치 있게 쓸 수 있는 물건을 사은품으로 준다면 쓸 때마다 고마운 생각을 할 것이다. 매번 눈살을 찌푸리면서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은품은 안 주는 것만도 못하다.

오늘도 사은품 냄비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떠올린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한 행동만 불평을 하고 나는 다름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는지 반성해 본다. 엉성한 사은품 같은 삶이 되지 않도록 늘 노력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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