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상인들에게 직접 물어본 '카드 결제 시 수수료 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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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상인들에게 직접 물어본 '카드 결제 시 수수료 받는 이유'
  • 장민호 기자  mino@joongang.tv
  • 승인 2020.05.17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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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안 남는 마진에 수수료까지 빼면 차라리 장사 안 하는 게 더 이득
가격 올리면 문제 해결 가능, 하지만 비싸다고 손님 안 올 것
재난기본소득 시행 후 제기된 '카드 수수료 부과' 문제에 대해 시장 상인들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은 경기도의 한 전통시장 모습. (사진=장민호 기자)
재난기본소득 시행 후 제기된 '카드 수수료 부과' 문제에 대해 시장 상인들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은 경기도의 한 전통시장 모습. (사진=장민호 기자)

| 중앙신문=장민호 기자 |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이 시행된지 한 달 하고도 일주일 가량 지났다. 그동안 지역화폐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꾸는 '깡'을 비롯해 상인들의 카드 수수료 요구 등 문제가 제기돼왔다. 지자체에선 강력하게 처벌하겠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현장의 상인들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기도 모 유명 전통시장에서 치킨집을 운영 중인 A씨는 "재난기본소득 시행 후 매출이 많이는 아니지만 좀 오르긴 올랐다"며 "다만, 코로나 때문에 장사가 워낙 안 되다가 그나마 좀 오른 거지, (코로나19 사태 전) 평소에 비하면 아직 한참 모자라다"고 말했다.

재난기본소득 지급 방식 중 하나인 '선불카드'에 대해선 "장사하는 입장에선 일반 신용카드와 똑같다고 봐야 한다"며 현금 결제에 비해 돈을 더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시장 상인들이 카드 결제 시 현금 결제 때보다 금액을 높여 부르는 것은 '마진'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A씨와 같이 판매하는 품목의 가격이 싼 경우 적게 받는 대신 많이 팔아야 한다고 한다.

가령 한 마리에 7,000원 하는 치킨을 팔아서 2,000원이 남는다고 할 때 여기서 카드 결제를 하면 수수료가 천몇백 원 가량 빠지는데, 고작 몇백 원 벌자고 장사를 할 순 없다는 것이다.

재난기본소득 선불카드의 경우 일반 신용카드보다는 수수료가 낮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크게 다른 건 아니라고 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카드 결제 시엔 가격을 높여 부를 수밖에 없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어떤 사람들은 '그래도 아예 마이너스가 되는 건 아니지 않냐'고 하는데, 문제는 그렇게 번 돈으로 가겟세도 내고 세금도 따로 내야 한다는 것"이라며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장사를 안 하는 게 오히려 이득"이라고 말했다.

옆에서 분식집을 하는 B씨도 "현금 결제·카드 결제 값을 똑같이 하려면 가격을 올리면 된다"면서 "하지만, 그러면 시장통에선 장사가 안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격을 다르게 부르고 있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그는 "손님 입장에선 당연히 현금으로 내든, 카드로 긁든 똑같은 금액이지만, 우리 입장에선 수수료가 빠지니까 같은 금액이 아니다"라며 "물건 하나 당 가격이 비싼 경우는 그나마 덜하겠지만, 싼 걸 많이 팔아서 남기는 경우엔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A씨는 "나도 인터넷 댓글 다 보고 있다. 사람들이 왜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부과하냐고 하더라"면서 "우리도 그럼 똑같은 가격으로 받는 대신 가격 올리면 된다. 하지만, 그러면 손님이 안 온다. 경기가 어려워 다들 싸고 맛있는 걸 찾는데, 누가 비싼 걸 사먹겠느냐"고 말했다.

B씨도 "댓글 보면 '그럼 누가 시장에서 장사하랬냐' 그러는 사람도 있더라"면서 "나도 그 사람들 말이 이해는 간다. 하지만, 현장 상황을 몰라서 그런 말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분들에겐 장사를 직접 한 번 해보시라고 말하고 싶다"며 "그러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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