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일까, 가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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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일까, 가짜일까
  • 중앙신문
  • 승인 2020.05.1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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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우리나라에서 한국인 남자나 한국인 여자하고 결혼해서 살고 있는 외국인에게 물어보았다. 한결같은 대답은 개개인은 훌륭하고 개별기업도 훌륭하지만 전체적으로 묶어서 볼 때 신뢰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는 대답을 했다.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은 씁쓸하다.

한 번 잃은 신뢰를 회복하기란 열 배, 백배가 더 힘든 것이다. 이렇게 온 나라가 들썩할 정도로 위정자들이 신뢰를 잃었다면 국민들의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해야 될지 걱정이다.

예전 서해안 기름 유출로 걱정이 많았을 때 동네에 다니는 소금 장사한테 비싼 값을 주고 일 년 먹을 소금을 들여 놓았다. 그 분은 서해안 기름 때문에 당분간 좋은 소금이 나오지 않는다고 사두라고 해서 사 놓긴 했다. 마음속에서는 진짜 국산인지 중국산인지 믿을 수가 없는 것이 슬펐다. 그냥 믿고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중국산이면 김장이 물러서 못쓰는데 하는 걱정도 인다. 재작년에 담근 김치가 소금을 잘못 산 탓인지 모두 물러서 먹느라 곤욕을 치렀다. 믿지 못하는 것처럼 기분 언짢은 일이 또 있을까.

꿀 농사를 지으면서 꿀을 팔아야 될 때가 참 곤혹스럽다. 남편과 나는 있는 정성을 다해서 벌을 치고 있다. 이렇게 채밀하는 꿀을 가족도 먹이고 남는 것은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기도 한다. 우리를 아는 사람들은 믿고 기꺼이 가져가는 데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이 꿀이 진짜냐고 머리를 갸우뚱 할 때 제일 힘이 든다. 농사짓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처럼 정성을 기울이는데 간혹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인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것은 가슴 아픔 일이다.

재래시장의 물건 값이 마트나 슈퍼마켓보다 싸다. 요즘은 재래시장도 많이 현대화되고 깨끗해져서 물건을 사고 싶은 생각이 난다. 하지만 원산지가 국산일까 외국산일까 하고 믿지 못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재래시장을 잘 이용하게 되지 않는 것은 진정한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재래시장에서 장사하는 분들도 정직한 사람들이 대다수지만 간혹 속이는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의심을 해 보게 된다.

우리 양봉장 주변에 꿀을 훔치려고 쥐가 꼬여 재래시장에 가서 고양이 두 마리를 사왔다. 집에 가져와 보니 도둑고양이 새끼를 사온 것이다. 한 마리는 산 속으로 도망가서 배고플 때만 사람 눈을 피해 살금살금 와서 먹이만 먹고 달아난다. 한 놈은 집 주변에서 맴돌긴 하지만 사람을 피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날 이후 씻을 길 없는 불신이 마음 속 깊이 박혔다. 이런 불신의 감정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어 다른 물건을 사도 진짜인지 아닌지 의심을 하게 된다.

요즘 농촌의 노인들 상대로 많은 사기 전화가 걸려온다. 은행, 카드회사, 우체국 등 여러 기관을 사칭하고 전화를 한다. 전화를 받으면서 처음에는 진짜라고 깜빡 속기도 한다. 한참 얘기를 하다보면 진짜일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사기라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상대로 교묘한 사기수법이 판을 치고 있어 사람 대하기가 무섭다. 유명상품을 똑같이 모방해서 만든 짝퉁이 판을 치고, 엄청난 양의 엉터리 소고기조미료를 만들어 판 일당이 잡혔다고 하니 마음 놓고 사먹을 음식이 없다.

어느 사회나 다 사람 사는 형태는 비슷하지만, 미국에서 잠시 살고 있을 때 그곳 사람들은 한 번 신용을 잃으면 사회에 발을 붙이고 살 수 없다는 생각이 철저한 것으로 보았다. 신용을 잃는 것은 생명을 부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서운 것이라 모두 정직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때 그곳에 있으면서 우리나라도 빨리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 이렇게 진짜일까, 아닐까 하는 불신을 하지 않고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고 부러워했다.

믿음을 주지 못해 신용이 없는 사람은 발을 붙이고 살 수 없는 사회가 된다면 참 살기가 편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정직한 사회를 만드는 일이 급선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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