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품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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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하는 사회
  • 중앙신문
  • 승인 2020.04.2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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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수필가, 칼럼위원)
이상국 (수필가, 칼럼위원)

길거리를 가다가도 버스 대합실에서도 지하철에서도 강연장에서도 회의석상에서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하품을 본다. 어린이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남녀 불문하고 쏟아지는 게 하품이다.

옛날 같으면 어딜. 입 다물어. 하품하지 마.

초등학교 땐 하품 한 번 했다가 귀싸대기 모질게 맞았고, 중고등학교에서 하품 한 번 했다 하면 야구 방망이가 날아들곤 했다. 그렇게 엄격하게 하품을 단속했으니 당연히 하품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하품하는 사람은 경거망동하고 품행 단정치 못한 사람이며 어딘가 덜 떨어진 인간, 몰상식하고 배운 것 없는 무식한 자로 낙인이 찍혔다. 어디서나 하품은 금물. 하품은 이완弛緩의 표징이다. 나는 신나게 자고 나왔소. 할 일도 별로 없고 바쁜 것도 없는 한량이요. 돈 많고 시간 많은 놈들이나 즐겨 찾을 일이다. 그러나 이 바쁘고 치열한 사회에서 어디 하품을 하냐.

하품은 품위 유지를 위해서도 최우선 지켜야 할 예의다. 기침 안 하기, 꿇어앉기, 눈 치켜뜨지 않기, 술잔 돌아앉아 마시기그런 것들의 최일선에 설 정도로 중요하고 나쁜 버릇이다. 그래서 학교에선 언제나 누누이 선생님들이 강조하신 예의범절이다.

더구나 남녀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하품으로 시작한다면 말이 될 소리인가. 하품하는 입에서 나오는 들척지 근한 냄새며 은밀한 체온, 모양새 또한 아름다울 게 전혀 없는 입 벌림, 게으름의 표상으로서의 하품이니 장인이나 장모 앞에서 했다간 당장 쫓겨날 일이다.

어려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다 목하 하품 중인데 누군가 콧구멍 후벼 파 바로 밑 입 속에 썩 문질러 넣고 잽싸게 손을 빼는 것이다. 얼른 손가락을 꽉 깨물어 버리고 싶지만 벌어진 입이 다물어져야지. 당하고도 더러워진 입만 쩍쩍 다셨다.

요즘은 자연 현상이며 억지로 참으면 건강에 해로울 지도 모르니 내버려 두라고 수수방관하는 모양이다. 너도나도 하품하는 사회. 세상은 하품할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은데.

생각 같아선 하품하는 사람들에게 코 후벼 파 입에 썩 문질러 넣어주며 하루해를 보내고 싶다. 그런 직업 만들어 권장할 사람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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