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연가(戀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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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연가(戀歌)
  • 유지순  webmaster@joongang.tv
  • 승인 2020.04.2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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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 중앙신문=유지순 | 인사동은 문화지구로 지정되어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의 향기를 제일 많이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안국역에서 내려 인사동 골목으로 들어서면 늘 새로운 곳인 듯 가슴이 설렌다. 인사동의 중앙인 몸통을 중심으로 갈라지는 골목이 수도 없이 많다. 인사동 중앙 길가에는 여러 가지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1998년 자료에 의하면 인사동에는 172개의 골동품점과 87개의 표구사, 108개의 화랑이 있었다고 한다. 그 후 인사동에도 여러 가지 변화가 많았겠지만 아직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골동품과 민화, 도자기, 문구류, 가지각색의 예술품과 색색의 한지 등 없는 것이 없다. 골목 안에는 100년 된 필방도 있고 55년 된 표구사도 있으며, 책방을 연 지 75년이 되어 삼대 째 이어오는 고서점도 있다. 값을 짐작하기 어려운 골동품이 진열 된 점포도 많다.

인사동에 가면 이곳저곳에 자리 잡고 있는 화랑에서 언제나 미술전을 하고 있어 발길을 붙든다. 인사동의 이미지와는 조금 어울리지 않지만 젊은이들이 좋아할 첨단을 걷는 센스 넘치는 현대적인 건물과 물건들도 있어 눈요기가 쏠쏠하다.

인사동에는 외국인이 많이 구경을 와서 거리를 걷고 있노라면 낯선 외국막이 자주 들린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에게 인사동 구경을 시켜 주면 환상적이라고 좋아한다.

인사동 갈 때마다 선물을 할 물건을 고르는 재미도 무척 좋다. 외국에 사는 친지에게 보내려고 아주 작은 물건들을 산다. 색깔 고운 천으로 만든 이쑤시개 집, 동전 주머니, 책갈피 끼우는 것, 필통, 화장품주머니, 한국화가 그려져 있는 부채, 작은 그림 등 별의별 것이 다양하게 만들어져 구경하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외국에 사는 친지들은 이런 것을 받으면 몹시 좋아한다. 천원, 이천 원짜리 작은 물건이지만 우리나라의 정서가 듬뿍 배어 있는 물건을 받는 사람은 고국을 느낄 수 있어 좋은가 보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예쁘다고 감탄을 한다. 주변의 외국인 친구들에게 보여주면 아름답다고 모두 탐을 낸다고 한다. 작은 물건들이라 편지 보낼 때 한두 가지씩 넣으면 정말 반가워한다.

이것저것 구경하다 때가 되어 배가 고파지면 좁다란 골목 여기저기에 자리 잡고 있는 한정식 집이 또한 발길을 유혹한다. 한옥의 좁은 공간을 잘 이용해서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고 맛깔스러운 한국음식을 먹을 수 있다. 다양한 먹을거리와 퓨전음식을 파는 곳이 많지만 정식으로 차려져 나오는 한식이 눈요기에도 좋고 맛도 좋다.

점심 후에 찻집에 들러 그윽한 분위기에 잠겨 전통차를 마시는 것도 빼 놓을 수 없는 인사동의 멋이다.

한데 인사동에는 우리나라 고유의 물건뿐 아니라 정체불명의 물건들도 많이 눈에 띈다. 주로 중국과 동남아에서 온 물건이다. 세계가 하나 되어 가는 세상이니 외국물건을 파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인사동 한 곳이라도 우리나라에서 만든 물건만을 취급해서 4천여 년의 긴 역사 속에서 형성된 고급스럽고 은은한 문화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훌륭한 거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사동을 구경하면서 우리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가 은연중에 몸에 배어 누구나 높은 안목을 가질 수 있는 정신세계를 구축한다면 인사동은 더할 나위 없이 값진 제구실을 하는 것이다.

인사동 근처에는 고궁도 많아 인사동을 둘러보고 시간이 남으면 근처에 있는 창덕궁, 운현궁, 창경궁, 경복궁 등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잘 가꾸고 손질되어 있으며 우리나라 임금님이 사시던 역사적인 건물들을 돌아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되고 그 아름다운 경치에 푹 빠지기도 한다.

인사동을 다녀온 지 한동안 시간이 흐르면 나도 모르게 발길이 인사동으로 향한다. 인사동은 한 번 가 본 사람이면 누구나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다. 요즘은 정겨운 좁은 골목을 많이 품고 있는 인사동에 현대적인 건물들이 들어서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인사동이 우리나라의 향기를 잔뜩 머금은 고풍스러운 거리로 늘 우리 곁에 남아 있기를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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