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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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바다
  • 중앙신문
  • 승인 2020.04.0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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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수필가, 칼럼위원)
이상국 (수필가, 칼럼위원)

우리는 바다를 그리워한다. 바다는 부정할 수 없는 영원한 우리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모든 생물은 바다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죽어 마지막 도달하는 곳도 바다다. 그리하여 시작과 끝이 바다다. 아주 먼 옛날 생명체의 시원, 육상 동물이 바다의 단세포로 살고 있을 때, 단세포는 외피로 바닷물에서 영양분을 공급받았다. 이 단세포가 어느 날 바닷물에서 영양을 공급받는 방법에서 내피로 바닷물을 감싸는 방법을 모색해 시험했다. 순식간에 단세포의 내피로 바닷물을 감싸 안는 것이다. 가능했고 성공했다.

이젠 세포 내부에 바다 하나가 생성된 것이다. 이것은 바다 생물이 육상 생물로의 변화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세월이 흘러 단세포는 진화를 거듭해 다세포 생물이 되었고 육상 생물이 되는 데 성공한다. 이것이 거듭거듭 진화해 동물이 되고 인간이 된다. 인간은 한 사람, 한 사람 몸속에 피돌기를 가지고 있으며 이 피돌기는 각각 독립된 바다인 것이다. 인체의 피와 바닷물의 농도, 양분, 수분의 원소들이 비슷한 것만으로도 바다가 피의 모체라는 것을 우리는 유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이론이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 , 바다에나오는 이론이다. 이 황당무계한 이론을 나는 믿는다.

피와 바다의 양분이 비슷하고 우리 몸의 쉴 새 없이 뛰는 맥박과, 바다의 파도의 울림이 같은데 어찌 반대할 이유가 있으랴.

나는 지금 바다를 향하여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동해도 좋고 서해도 좋다. 내겐 바다를 보고 와야만 고향을 다녀온 어린 소년처럼 평안을 유지하며 조용히 지낼 수 있다. 수평선을 봐야 하고 파도소리를 들어야 하며 사각 거리는 모래를 밟아야 하고 갈매기의 울음,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를 들어야 비로소 나의 근원을 파악하고생기를 되찾는다.

서해를 택했다. 동해로 가는 쪽은 한참 밀렸다. 그러나 내가 달리는 서해 쪽은 뻥 뚫렸다. 동해로 가는 길은 길고 긴 터널을 관통하든가 대관령을 넘을 때까지 꼬불꼬불 비탈길을 달려야 한다. 한참을 달리고 오르다가 산을 훌쩍 넘는 날이면 어느새 보이는 넓고 넓은 바다. 거기에 비해 서해는 월미도 가기 전 소래 포구서부터 찔끔찔끔 바다를 보이다가 월미도에서 자아, 보아라. 내가 서해다하고 넓은 가슴으로 맞이한다.

바다는 가끔 모래 사구를 밀어내어 인간들에게 수영장을 만들어준다. 인간들은 모래 위에 텐트를 치거나 파라솔을 꽂아 놓기도 하고 벌거벗고 바다에 뛰어들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몇 년 전부터 경동맥으로부터 모든 핏줄의 피돌기를 돕기 위하여 아스피린을 비롯하여 바이토린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바닷가 사구를 없애고 피의 농도를 흐리게 하여 피떡이 생성되지 않도록. 그러나 나는 이 약들을 포기하기로 했다. 나의 피돌기 속에 마이크로 인간, 미세 인간들이 산다면 그들이 어디서 휴식을 취할 것이며 뜨거운 땡볕, 무더운 여름 한철을 어찌 보내란 말이냐.

조르주 쇠라의 그랑드 자트섬의 오후에서 보듯이 엉 덩이가 무지하게 큰 여인이 양산을 쓰고 능력 있어 보이는 남자와 서성이며 그 앞에 누워 있는 남자와 앉아 있는 신사, 그리고 앉아 있는 여인, 남자와 여자들로 붐비는 해안가. 거기에 이 시대 훨씬 전의 새로 부상한 부르주아들의 휴식을 보고, 점묘법이라고 하든가.

그리고 건너편의 또 다른 그림 아스니에르의 물놀이는 피곤한 노동자들이 쉬고 있는 곳. 빨강모자의 어린이와 노동자의 느긋함.

나의 핏줄 속에 이와 같은 마이크로 인간들의 휴식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다. 그리하여 그들이 내 핏줄 속에서 휴식공간을 만들고 거기서 부르주아의 휴식을 꿈꾸고 노동자의 휴식을 취하게 하리라.

바다를 향하여 달린다. 내 몸속의 바다가 꿈꾸는 모향母鄕으로서의 바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멀리멀리 퍼져나가는 수평선을 따라 흘러내리는 바다, 그리고 나의 피바다, 맥박에서 파도 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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