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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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치레
  • 유지순  webmaster@joongang.tv
  • 승인 2020.04.0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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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 중앙신문=유지순 | 살다보면 실속보다 겉치레가 필요할 때도 잇지만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국어사전에 겉치레를 실속은 없으면서 겉으로만 보기 좋게 꾸미는 치레, 허식이라고 풀이를 해 놓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현실적이기보다 겉치레를 더 중요시하는 것은 조선시대부터 체면을 중시 여기던 생활관습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겉치레로 인해 웃고 우는 일이 다반사다.

지금 우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겉치레에 중독이 되어 살고 있다. 영화 워낭소리가 예상을 깨고 수백만의 관객을 동원한 것은 자연의 순수함과 노부부의 진솔한 삶의 모습 때문이다. 누구나 마음 편히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을 동경하면서 겉치레를 위해 신경을 쓰는 것은 생활의 뿌리를 튼실히 내리지 못한 자신감의 결여다.

우리 생활에서 겉치레로 가장 심한 것이 과대포장이다. 실속 없는 내용보다 겉포장이 눈을 현혹 시키는 현상은 도저히 개선 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세계 유행에 가장 민감한 나라라는 말을 들을 만큼 여자들의 옷은 유행의 첨단을 달리고 있다. 명품 선호 때문에 유사상품이 만연하는 것도 겉치레의 예다. 또한 미용성형의 천국이라는 말을 듣는 것도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여자들 뿐 아니라 남자들도 성형을 하는 시대다. 성형도 유행을 따라 서로 비슷한 모양으로 시술을 하니 닮은 미인들을 많이 만난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이러한 양상은 분별없는 겉치레에서 나오는 결과다.

매스컴이 유행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지만 선택은 각자의 판단에 달렸다. 유행이 강하게 퍼지는 것도 겉치레의 한 단면이다. 개성을 살리는 것이 더 값진데도 개성보다 유행을 더 앞세우는 것을 보면 겉치레를 얼마나 중요시 하는지 알 수 있다.

실력보다 학벌을 더 중시하는 풍조도 겉칠[.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고 능력이 있어도 학벌이나 학교가 일류가 아니면 취직하기가 어려우니 이런 현상도 겉치레의 좋은 본보기다. 초등학생도 과외를 몇 개씩 하고 밤늦게사람 사이의 결합이 중대요건인데도 혼수 때문에 시댁이나 친정에서 구박 받고 싸우는 부부들이 의외로 많다.

종종 국민의 세금으로 수십억 수백억을 들여 지은 건물이 흉물로 버티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보도를 본다. 이것도 겉치레의 좋은 예다. 쇼를 하기 위해 건물이나 구조물을 만들어서 예산만 낭비한 쓸모없는 건축물로 서 있는 것이다.

외국에 살다온 사람들의 얘기로는 우리나라처럼 사무실에 근무하는데 옷을 잘 갖추어 입고 화장을 짙게 하는 나라는 처음 보았다고 한다. 일을 하려면 겉치장을 잘 하기보다는 일하기 편리한 복장과 몸가짐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몸을 단정하게 가꾸어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은 중요하지만 지나친 겉치레는 일을 하는데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유럽을 갔을 때 경차가 거리에 많이 다니는 것을 보았고, 두 사람만 탈 수 있는 작은 차도 보았다. 우리나라의 경차들이 유럽의 거리를 누비는 것을 보고 기분이 좋았다. 분수에 맞지 않게 큰 차를 고집하는 우리와는 달리 유럽 사람들은 오히려 큰 차를 부담스러워한다고 한다. 이런 자신이 생기는 것은 삶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당당함이다.

우리나라도 요즘 같은 어려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겉치레로 체면을 세우는 일보다 실속 있는 몸가짐과 실천이 절실한 시점이다. 겉치레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지나친 겉치레를 위해 더 이상 시간과 경제적인 낭비는 없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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