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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신문
  • 승인 2020.03.1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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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수필가·칼럼위원)
이상국(수필가·칼럼위원)

서울에서 여주까지 자가용 운전 중 속도 계기판에 엔진 이상 모드가 떴다. 엔진 이상이라니. 언제 어디서 사고가 나랴. 새 차인데 방심하다 까딱 잘못하면 자동차 값 고스란히 사라지는 거 아닌지. 가뜩이나 BMW로 시끄럽고 쉐보레도 군산 공장이 폐쇄되어 뒤숭숭한데. 계기판에 뜬 엔진 이상 모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어 자동차 공업사에 보냈다. 그리고 물었다.

왜 이래요? 운전하기 겁나요. 여주까지 운전하고 가도 괜찮겠어요?”, “이 사진으로는 알 수가 없어요. 일단 차를 가져와 봐야 되겠는데요.”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장사가 안 돼 그런지 짜증스러운 목소리였다.

그려, 그럼 너희 업소에 안 가. 공업사는 많으니까.’ 차 구입처로 전화를 걸어 물었다. 가까운 양평 쉐보레 자동차 공업사로 가라는 연락이 왔다. 웬만하면 여주까지 가서 고치는 것이 나을 텐데, 집 가까운 곳에서 수리해야 이모저모로 편리할 텐데. 혹여 가기 전에 고장이라도 나면, 도로에서 오도 가도 못 할 것 같아 양평 공업사에 들렀다.

양평 쉐보레 공업사의 점검 결과 이상 무. 컴퓨터 오작동으로 판명됨. 컴퓨터 초기화를 시켜 놓을 테니 지켜보란다. 똑같은 현상이 나타나면 그때 확실한 단서를 찾아 조치를 하겠노라고 한다. 그런데 이 친구 컴퓨터에 관해 미주알고주알 설명을 한다. 컴퓨터에 관한 자기 지식을 자랑하는 건지. 늙은이가 컴퓨터가 뭔지나 알겠느냐는 눈치다.

이놈, 내가 컴퓨터에 관한 한 네 할아비 뻘은 된다. 속으로 웃었다. 그래 좋다. 그렇게 하자. 그런데 수수료는? 고장도 없는데 그거 잠깐 만져 보았다고 수수료를 받기도. 대안으로 리콜 대상자로 점검받자고 한다.

30분 여유만 있으면 가능하니 그거나 하자기에 그렇게 리콜 점검을 받고 나왔다. 리콜 점검을 했으니 본사로부터 수당을 받을 것이다. 손해 본 것도 없고 미안해할 일도 없다.

이런 일이 또 있었다. 내비게이션이 잘나가다가 멍텅구리가 된 것이다. 점검을 받으니 내비게이션이 몽땅 지워져서 돈을 내고 다시 깔아야 했다. 돈 들이기 싫어 직접 홈페이지에 들어가 로그인 하고 다운 받았다.

아주 생생하게 잘 나온다. 다만 이놈의 프로그램은 좌우상하를 인식하지 못한다. 우리 정서상 진행 방향 쪽이 당연히 화면 상단이어야 하며 달리는 자동차와 동일 방향으로 화면이 떠야 옳다.

그러나 이건 거꾸로 나왔다, 바로 나왔다, 좌로 나왔다, 우로 나왔다 멋대로다. 이게 신세대에겐 제대로 먹히는 건지. 그 상표에 관하여 큰아들은 후진 거라고 했고 막내아들은 꽤 괜찮은 거라고 하는 걸 보면 확실히 세대 차이가 있는 모양이다. 하여튼 내겐 아주 몹쓸 놈의 내비게이션이다. 그런데 다운받으면서 보니 제작사가 꽤 괜찮은 걸로 보면 아주 못 쓸 제품은 아닌 것 같다.

하긴 세대의 격차나 생각의 편차가 워낙 크다 보니 가늠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내비게이션을 점검하는 기술자가 혹시 내비게이션을 가동하면서 칩을 뺏다 넣었다 하지 않았나요?”하고 물었다.

했지.” “그러면 모두 지워져요. 더 큰 손상이 올 수도 있고요.” 그 후 손 한 번 대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잘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 엔진 이상 증후군도 운전 중에 핸즈프리 쪽인가 거길 이리 누르고 저리 누르고 꽤 손을 댄 적이 있는데 혹시 그것 때문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불필요한 거 건드리지 말고 순한 운전자가 되어야겠다.

요즘 자동차는 열쇠로 시동을 걸지 않는다. 모든 고장은 계기판에 점등되거나 음성 지시로 소통한다. 몇 년 사이에 자동차는 컴퓨터로 진화를 거듭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는 날이 갈수록 어마어마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의 부품 하나하나, 연결과 연결을 잇는 신경까지 인간의 그것을 지향한다. 이젠 자동차를 쇳덩이로 취급해선 안 된다. 감정을 가진 생물-인간(?)으로 취급해 주어야 한다.

영화 ‘her’에서 컴퓨터 시스템을 다운 받아 몇 번 대화하는 동안 시스템은 빠른 속도로 진화되어 인간의 감성을 읽고 인간과 열애를 하는가 하면 인간을 리드해 나가기도 한다. 컴퓨터의 인간화. 이 영화를 보고 수필을 쓴 여류 수필가는 스마트폰으로 대화 몇 마디를 하면서 스마트폰의 감성을 읽었다고 하는데 나는 워드 프로세서를 작동하면서 인간의 감각을 감지한 적이 있다. 디지털은 생활 곳곳에서 인간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인간로봇의 실현은 인간의 꿈인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요즘 인간 로봇에 관한 TV 드라마가 심심치 않게 방영되는 것도 이와 무관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인간으로 진보하는 자동차 시스템. 쓸데없이 이것, 저것 건드리지 말지어다. 잘못 건드리면 모든 프로그램을 몽땅 지워버리거나 오작동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 어쩌면 내가 자동차를 모시고 살 날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니. 살살 다루어라, 에러 안 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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