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새, 그리고 짐승들의 놀이마당
상태바
벌레, 새, 그리고 짐승들의 놀이마당
  • 유지순  webmaster@joongang.tv
  • 승인 2020.03.03 18: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지순(수필가·칼럼위원)
유지순(수필가·칼럼위원)

| 중앙신문=유지순 | 집 주변에서 제법 자란 족제비새끼 세 마리가 노닐고 있다. 어미족제비가 새끼를 세 마리씩이나 기르고 있는 것을 보면 주변에 먹을 것이 많은가 보다. 연못의 연잎 사이로 개구리를 잡아먹으려고 뱀과 개구리가 쫓고 쫓기는 치열한 정경도 가끔 목격한다. 집 앞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에는 잠자리가 빽빽이 날고 있다.

연못에 심어 놓은 물 칸나가 짙은 주황색의 예쁜 꽃을 여러 송이 달고 있어 참 보기가 좋았는데 고라니가 와서 다 먹어버렸다. 아까웠지만 마음을 비운다. 여러 종류의 새들이 서로 다투어 부르는 노래는 자연이 살아 있음을 알려 준다.

연못에 몇 년에 걸쳐 해마다 수십 마리의 손바닥만 한 붕어와 잉어를 사 넣었는데 움직임이 없다. 왜가리가 연못가에 진을 치고 살면서 연못에서 놀고 있는 물고기며 개구리, 뱀을 노리고 있다.

한동안 새끼물고기들이 먹이를 주면 수십 마리씩 모여들어 입을 뻥끗거리며 서로 받아먹으려고 경쟁을 해서 물결을 일으켰었다. 그 물고기들이 지금은 다 잡혀 먹힌 것인지 먹이를 주어도 입질이 없는 연못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요즘은 겨울 철새인 쇠오리 대여섯 마리가 헤엄을 치고 있으니 아직 작은 물고기가 남아 잇나보다. 그 작은 연못에 물고기가 있는 것을 어찌 알았는지 자연의 이치가 오묘하다는 것을 아무리 되뇌어도 모자라지 않음을 깨닫는다.

이런 모든 현상이 벌을 키우면서 벌에 피해가 가는 살충제나 농약, 제초제를 쓰지 않는 데서 오는 풍요로움이다. 자연은 가만히 내버려 두면 먹기도 하고 먹히기도 하면서 적당한 간격을 두고 조화롭게 유지된다. 그 신비로움이 놀라울 뿐이다.

사람들이 잘 살려는 욕심 때문에 지구상에서 사라져가는 동, 식물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뉴스는 언제나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앨버트 슈바이처 박사는 일찍이 인간은 자신이 만들어 낸 해악을 깨닫지 못 한다고 했다.

1940년대 이후 사람에게 해로울 것이라고 생각되는 곤충, 잡초 설치류와 다른 유기체들을 없애기 위해 수많은 종류의 화학물질이 제조 되었고 다시 수천 개의 제품으로 만들어져 팔리고 있다고 한다. 살충제는 유해물질로부터 신체를 보호해 주는 효소를 파괴하고 에너지를 얻는 산화과정을 방해하며 각종 기관의 정상적인 기능을 억제해 불치병을 일으키는 등 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유도한다.

해충이나 잡초를 죽이기 위해 뿌리는 화학물질은 뿌려진 그 범위 내만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다. 토양 속 생물 중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박테리아와 실처럼 미세한 균류와 지렁이 등 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다. 살충제와 농약은 이런 땅 속에 있는 미생물까지도 다 죽여 자연을 파괴한다. 더구나 화학물질이 땅속 깊이 스며들어 지하수를 오염 시켜 많은 사람을 질병에 시달리게 한다.

한편으로는 사람이 편히 살기 위해 땅을 파헤치고, 덮고, 구조물과 건축물을 만들며, 온실가스 배출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지구를 괴롭히는 일을 한다. 이런 추세이면 과연 지구의 생명이 얼마나 이어질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60년 동안 손을 대지 않은 비무장지대의 자연이 세계인의 주목을 끌고 생태계 보존을 위해 아끼자는 목소리가 높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연을 파괴하는 일을 하게 된다 해도 좀 더 넓고 깊은 생각을 가지며 후손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지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요즘은 농사를 짓는 사람들도 농약에 대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 농약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이번 유엔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녹색성장과 온실가스에 대한 기조연설도 한 만큼 이 기회에 정부에서도 화학물질 사용이라든지 자연파괴 같은 문제에 좀 더 심도 있는 관심을 가지고 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미국의 존 프란시스 박사가 샌프란시스코 만에서 일어난 기름유출사고를 보고 환경보호를 위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22년 간 차를 타지 않고 걸어 다니며 17년간 침묵을 지키며 생활을 했다는 얘기에서 큰 교훈을 얻는다.

지구를 위한 작은 습관, 손수건을 사용 하세요라는 혜화초등학교 행사에서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천연 염색 손수건을 준비해서 흔드는 사진을 보았다. 자연을 보호하고 지구를 아낀다는 것은 이런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연 상태의 환경을 좋아하고 자연 속으로 들어가 살아보고 싶어 한다. 집주변이 생명체들의 놀이마당이 되어 활기차게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보며 자연이란 보호해야 될 커다란 대상이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단독] 여주에 여섯 번째 ‘스타벅스’ 매장 문 연다...이르면 4월 DT점 오픈
  • 대학교 연못서 여성 시신 발견…국과수 사인 감정 의뢰
  • 옛 인천의 향수를 찾아서 ㊾ ‘송도의 금강’으로 불린 청량산
  • 고양 화정동 음식점서 불, 18분 만에 진화
  • [영상] 고양 일산서구 아파트서 불, 50대 여성 부상
  • [오늘의 날씨] 경기·인천(25일, 월)...흐리다가 오후부터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