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민(小市民)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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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민(小市民)의 눈
  • 유지순  webmaster@joongang.tv
  • 승인 2020.02.1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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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수필가·칼럼위원)
유지순(수필가·칼럼위원)

| 중앙신문=유지순 | 여기에 한 가정이 있다고 가정하자. 다 함께 힘과 마음을 합쳐도 살기 어려운 세상에 집안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서로 충분한 대화로 풀어나가기는커녕 여러 패로 갈라져서 싸움만 한다. 상대방에서 내놓은 의견이 가정에 어떤 이해를 가져올지 제대로 조율도 하지 않고 토론도 하지 않는다.

모두 자신들의 주장이 옳다고, 자기들의 뜻에 맞지 않는다고 반대로만 일관하니 가족이 서로 화합할 길이나 기회를 얻지 못하고 다투기만 한다. 심지어 물건을 내던지고 기물을 부스고 가족끼리 서로 멱살 잡고 폭력까지 행사한다. 대화와 소통, 타협이라는 단어는 알지 못하는 것처럼 보여 가정은 곧 파탄이 날 듯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주변사람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요즘 정부나 국회에서 하는 일들이 꼭 위의 가정과 같은 꼴이다. 진실로 국민을 위하고 국가를 위한다면 싸움만 하지 말고 수용과 관용과 대화로 해법을 찾았으면 하는 것이 소시민의 마음이다.

현 정치판을 보면 자꾸만 조선조 때의 당파싸움이 생각나는 것은 노파심일까. 조선조에 노론과 소론, 남인과 북인, 소북과 대북으로 갈라져 민중은 안중에도 없이 서로 싸우고, 모함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상대당의 실세에 잇던 사람들은 귀양을 보내거나 참형을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어 아까운 인재들이 유배지에서 고생하다 세상을 떠난 일이 조선조 내내 이어져 온 사실인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당파싸움이 어떻게 사회를 피폐하게 만들고, 나라를 망하게 했는지 어렸을 때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으면서 자랐다. 붕당정치가 해체되면서 특정가문의 양반이 득세하여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피비린내 나는 세력 다툼으로 나라를 망쳤다는 생각이 지금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고등학교 때 역사를 배우면서 나라 안에서 권력과 부를 손을 쥐기 위해 서로 모함하며 싸움만 하지 말고, 그 싸우는 힘을 합쳐 외세의 침입을 막을 힘을 길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어린 마음에도 많이 했다.

우리나라는 건국 이래 천 번 가까이 외침을 받아 세계에서 가장 외침을 많이 당한 나라다. 또한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겨 36년간 완전히 나라가 없어졌다가 다시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나라를 이루었는데 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요즘 신문이나 매스컴을 보면 마음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프다. 우리 소시민들 눈에 비치는 나라는 온통 정치가와 권력자들의 싸움판이고, 각계각층의 고위층에서는 부정투성이로 얼룩지고, 노사갈등과 교육계의 부패, 참혹한 죄악을 저지르는 일등 하루도 편한 날이 없다.

의견이 맞지 않는다고 같은 당에서 내분이 일어나고, 적을 두었던 당에서 탈퇴도 하고, 다시 본인이 들어가고 싶다고 복당을 하고 정치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놀이판도 아니고 그저 머리가 복잡할 뿐이다.

국민들의 귀중한 표로 뽑힌 선량이라면 소시민에게 너무 실망과 불안감을 주지 말았으면 한다. 스스로는 나라를 위한 충성심에서 나온 행위이고, 애국심의 발로라고 변명하겠지만 소시민의 눈에는 그러한 행태들이 곱게 비치지를 않는다.

이념과 정책이 다르다고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일이 무엇인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심사숙고하면서 대화하고 일을 처리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가올 선거에도 벌써부터 서로 높은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벌떼처럼 나서서 갈등과 비방이 오고가니 마음이 편치 않다. 제발 이기심과 권력, 명예욕을 버리고 민생을 위해 진정한 정치인의 마음으로 발을 디뎠으면 좋겠다.

얼마 전 마당놀이 이춘풍전을 구경했다. 팔난봉꾼 이춘풍이 집안을 다 망해먹고 개과천선 하겠다고 하니 그 마누라가 요즘 정치하는 사람들은 믿지 못하듯 당신을 어떻게 믿느냐고 한다. 천하의 난봉꾼인 이춘풍이 자존심 상한다고 화를 낸다, 어디다 자기를 정치가들과 비교하느냐고. 그 풍자를 보면서 쓴 웃음이 나왔다.

우리 민족은 마음만 먹으면 국민 모두 힘을 합쳐 애국심을 발휘한다. 191931일 독립만세 부를 때, 88올림픽, 2002년 월드컵, 지난번 IMF 때 금모으기,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때,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응원할 때도 그랬다.

국민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좋은 일이 있으면 기뻐하고 나라에 닥친 어려운 일을 함께 걱정하면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문제를 헤쳐 나가는 저력을 가지고 있다.

세상은 초 단위로 변해가고 있는데, 정치하는 사람들이 정신 차리고 의견을 모아 이런 위대한 힘을 가진 우리 소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하루라도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세상이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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