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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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
  • 유지순  webmaster@joongang.tv
  • 승인 2020.02.1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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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수필가·칼럼위원)
유지순(수필가·칼럼위원)

| 중앙신문=유지순 | 벌 농사를 지으면서 꿀을 뜨고, 꿀 묻은 그릇을 씻어 버리기 아까워 벌이 다시 가져가도록 근처에 놓아둔다. 벌들이 와서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면 될 텐데 다른 벌이 가져가지 못하도록 죽기 살기로 싸워서 나중에 보면 죽은 벌들이 즐비하게 널려있다.

죽은 벌들은 보는 마음은 안타깝지만 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탐욕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본다. 종족보존을 위해서라면 생명을 내놓고 싸우는 것은 탐욕이 아니라 생존일 것이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맹수들은 배가 고파야 사냥을 하지 배가 부르면 아무리 초식동물이 앞에 왔다 갔다 해도 절대로 잡아먹지를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자연의 생태계가 조화롭게 유지되는 것이리라.

식물도 자신이 잘 살아가기 위해 주변의 나무들과 치열하게 영역 다툼을 하며 산다. 칡넝쿨같이 무차별적으로 모든 나무를 감고 올라가 나무를 죽이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개의 식물들은 주변정리를 하면서 산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식물계도 서로 엉켜 함께 살아가기가 어려울 것이다. 자연은 이렇게 서로 적절히 질서정연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인간들에게는 그 탐욕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인간의 탐욕은 한이 없어 좋은 것이 있으면 끊임없이 더 갖고자 욕심을 부린다. 목표를 세우고 그것이 달성되었는데도 더 좋은 것을 얻으려고 자꾸 욕심을 내다보면 나중에는 탐욕으로 이어진다. 저장할 줄 아는 인간은 저장하는 능력 때문에 탐욕을 더 부린다. 인간만이 사용할 줄 아는 돈도 탐욕을 부추기는 물건이다.

얼마 전 세계의 명품들을 가져다가 할인해서 파는 아울렛 몰에 가 보았다. 휴일이라 그랬는지 수천 대는 되는 듯한 차가 몰려 와서 한참 동안 주차를 위해 헤매다가 간신히 차를 세울 자리를 찾았다.

세계의 명품 브랜드들을 모아놓고 싸게 판다지만 서민들이 구매하기에는 버거운 가격이라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싸고 예쁜 옷이나 물건들도 많은데 굳이 비싼 수입품을 명품이라는 명목으로 사고 싶어 하는 것도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것이 지나치면 탐욕이 될 것이다.

아프리카사막에서 자라고 파리에서 공부한 투아레그족인 무사 앗사리드가 쓴 사막별의 여행자라는 책을 읽었다.

그는 사막에서는 밝아오는 태양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지상에 어둠이 내리면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며 잠자리에 드는 단순한 생활을 했다. 자연에 순응하며 양을 이끌고 목초지를 찾아 자유로이 떠도는 생활도 행복하다고 했다.

문명사회에서는 꼭지만 틀면 콸콸 쏟아지는 수돗물, 도깨비장난처럼 열리는 자동문, 버튼만 누르면 마음대로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 먹거리가 넘쳐나는 대형 마트, 푸른 숲, 강물, 빌딩 들은 사막생활에 비하면 천국과 다름없는데도 문명인은 좀 더 편리함과 많이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자꾸 커져 탐욕으로 이어지는 것을 무사 앗사리드는 보았다.

사막에서는 노인이 한 사람 죽으면 그가 평생 쌓아 온 삶의 경험과 지혜가 젊은이 수십 명의 몫보다 더 잃은 것이 많다고 여긴다고 한다. 문명사회에서는 십대부터 노후 걱정을 하면서 살아도 대개의 노인들은 삶의 끝자락에 가서는 어쩔 수 없이 양로원 신세를 져야 한다.

무사 앗사리드는 사막에 사는 노인과 문명사회에 사는 노인들을 떠올리면서 탐욕으로 얼룩진 문명사회에 사는 것이 더 행복한 것만도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자살테러, 국제분쟁, 그리고 남북관계도 모두 인간의 탐욕 때문에 저질러지는 일이다.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은 많은 연봉과 퇴직 후의 연금을 충분히 살 수 있는데도 탐욕으로 더 욕심을 부리다가 감옥에도 가고 치욕스러운 삶을 맞기도 한다.

요즘 정치판을 보아도 민생은 안중에도 없이 당리당략에만 빠져 싸우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도 이기적인 탐욕에서 기인된 것이라 여겨진다. 마치 자신이 아니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생각으로 내주어야 할 자리를 꼭 붙들고 있는 것은 보기에도 흉하다.

탐욕, 얼마나 더 부려야 끝이 나고 세상사가 편해질는지. 모든 사람들이 아주 조금씩이라도 탐욕을 잠재울 수 있다면 다함께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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