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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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갓
  • 이상국  webmaster@joongang.tv
  • 승인 2020.02.06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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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수필가·칼럼위원)
이상국(수필가·칼럼위원)

| 중앙신문=이상국 | 춘국 春菊. 봄에 피는 국화.

국화과에 속한 쑥갓은 강한 향이 주된 특징이다. 초여름에는 황색 또는 백색 꽃이 피며 향이 좋아 유럽에서는 관상용으로 즐긴다. 반면 동북아시아 3국인 한국과 중국, 일본은 쑥갓을 식용으로 쓴다. 열량이 100g

26로 매우 낮으며 소화가 잘 되는 알칼리성의 식품이다. 쑥갓은 각종 음식의 맛과 향을 더해주는 역할로 많이 쓰인다. 상추쌈에 곁들이는 쌈 재료로 이용하거나 데쳐서 나물로 먹기도 한다.

특히 요리의 향을 중시하는 일본은 쑥갓이 대중화되어 냄비요리나 우동, 튀김 등에 널리 사용한다.

이상은 인터넷 백과사전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쑥갓이 사라지고 있다.

옛날부터 우리 고유의 음식 중 하나가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왜 쑥갓이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 여름으로 접어들면 싱싱한 상추가 나오고 곁에 따라붙는 게 으레 쑥갓이었는데 웬일인지 상추만 나오고 쑥갓은 어느 틈에 사라졌다. 쑥갓의 대용품으로 치커리란 걸 내놓는데 이건 아니올시다이다. 상추만도 못할 뿐만 아니라 쑥갓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것이다.

어려서 나도 쑥갓을 좋아하지 않았다. 한약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싫었다. 남들처럼 쑥갓을 먹지 않았다. 그런데 봄과 여름 사이 어느 날, 결혼하고 처음 아내와 나들이를 했다. 친구의 집 강가 마을로. 모래밭에 큰물이지나 간 뒤, 강이 넘쳐 웅덩이를 만들었고 강물과 함께 들어왔다 미처 못 빠져나간 물고기들이 웅덩이에 갇혀 있었다. 긴 그물로 웅덩이를 포위해 물고기를 잡았다.

그물로 에워싸 마지막 섬멸 작전에 들어가니 은빛 물고기들이 마구 튀어 나왔다. 피라미, 붕어, 불로지, 모래무지, 누치. 물고기를 잡자고 나들이 나온 것이 아니라 어망이 있을 리 없다. 풀 꿰미에 아가미를 꿰니 하나로 모자라 두어 꿰미를 꿰었다. 친구의 아내가 내온 상추쌈에 즉석 회를 먹었다. 내가 싫어하는 쑥갓이 나왔다.

생선회는 쑥갓이 있어야 해.”

, 이거 먹어 봐. 맛이 기가 막혀.”

분위기에 떠밀려 먹었다. 과연 맛이 있었다. 한약 맛도 향도 좋았다. 금방 중독되었는지 그 후로 쑥갓만 봤다 하면 무조건 쌈 싸먹기다. 한약 냄새로만 기억된 나의 고정관념이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생선회에 얹어 상추쌈으로 싸먹는 게 가장 좋은데 언제나 생선회가 있는 건 아니다. 회가 없어도 쌈밥 먹을때는 쑥갓을 찾았다. 그래도 몇 년간은 식당에서 내왔는데, 이제는 완전히 없어졌다. 인터넷에서 이미지로 찾아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왜 쑥갓이 사라지는 걸까. 대중음식점, 크고 작은 식당, 쌈밥집까지.

아내에게 물었다. 왜 사라지는가. 별로 찾지 않고 보관이 힘들고 잘 물러서 그럴 거라는 답이다. 맞을까.

백종원의 레시피를 인터넷 동영상으로 본다. 쑥갓을 삼겹살과 곁들여 먹는데 삼겹살 굽는 뜨거운 기름에 데쳐 먹는다. 가끔 미나리도 데쳐 먹지만 쑥갓이 훨씬 낫다고 한다. 매운탕에 넣어 건져 먹어도 좋다며 중국에서 볶아 먹는 이유가 있을 거라며 쑥갓을 극찬하는 걸 보면 쑥갓을 그냥 내칠 것은 아니다.

아내는 상추 심을 땐, 쑥갓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항상 쑥갓 대여섯 포기를 같이 심는다.

쑥갓이 사라지다니. 서양 음식에 밀리는 것인가. 한식이 밀려오는 서양음식에도 건재한 것처럼 끝까지 버틸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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