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담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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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담긴 의미
  • 유지순  webmaster@joongang.tv
  • 승인 2020.01.2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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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수필가·칼럼위원)
유지순(수필가·칼럼위원)

| 중앙신문=유지순 | 세상에 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꽃이 없다면 이 살기 힘든 세상이 더 삭막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꽃이든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오묘한 생김새와 신비한 색깔에 빠져 들지 않을 수 없다.

야생화는 야생화대로 사람의 손으로 키워지는 꽃은 또 그것대로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기에 그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동네에서도 꽃을 많이 심은 집을 보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 같아 내 마음도 따뜻해진다. 동네 입구에서 산 중턱에 있는 우리 집까지 오면서 보면 정원에 꽃이 가득한 집, 축사 주변에 여러 가지 꽃을 심어 놓은 집이 많다. 밭 가 언덕에도 갖가지 꽃을 심어서 잡풀만 우거졌을 곳에 꽃이 가득하여 보기가 좋다.

우리가 단골로 다니는 주유소에는 건물 앞과 담 밑이, 올라가는 계단, 여기저기에 화분을 놓아 예쁜 꽃이 피어 있어 한 번 더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꽃은 사람의 마음을 순화 시키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꽃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세상 일 다 잊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유럽에 가보면 주택이나 아파트의 창문마다 꽃으로 가득 차서 천국을 걷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몇 년 전 동유럽을 갔을 때의 일이다. 시골 동네를 지나면서 보니 집들이 모두 허름했다. 빈집도 자주 눈에 띄었고 집은 손질을 하지 않아 세월의 흔적과 가난의 무게를 한 아름씩 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창문마다 꽃이 만발한 것을 보고 정신적으로는 여유가 있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모든 집들이 꽃을 잘 가꾸어 치장해 놓은 것을 보고 꽃을 잘 가꾸고 사랑하는 민족이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시베리아에 갔을 때도 그 황량한 넓은 땅이 야생화로 덮여있어 매혹적이었고, 집집마다 꽃을 키우며 장식해 놓고 사는 것이 여유로워 보였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춤추고 노래하는 것만큼 꽃을 좋아하는 마음도 컸을 텐데 그동안 험난했던 세월이 그런 마음의 싹을 잘라버린 것은 아닌지.

동남아는 사철 더운 나라답게 뜰과 울타리, 주변이 온통 일 년 내내 꽃으로 덮여 있어 하루하루가 똑같은 생활의 연속이라 꽃에 대해 별 자극이 없었다. 사계가 뚜렷한 우리나라는 봄부터 가을까지 온갖 꽃이 흐드러지게 피다가 겨울로 이어져 꽃이 그리워질 때쯤 다시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그래서 꽃이 더 아름답고 귀하게 여겨지는 것 같다.

우리나라 어느 곳을 가 보아도 길가에 조경이 잘 되어 지역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정성이 담겨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주도 길 곳곳에 아름다운 꽃을 심어 차를 타고 가면 기분이 좋아진다. 길가에 심어놓은 꽃을 잘 가꾸려고 풀을 매느라 고생하는 사람들을 보며 이런 꽃밭을 가꾸는데 우리 모두 일조를 한다면 좀 더 아름다운 지역사회가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꽃은 경조사에는 빠질 수가 없고, 기쁘거나 슬픈 마음을 표현 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한다. 경축 행사나 졸업식에도 꽃이 한 몫을 하고, 부부간에 애정을 돈독히 하는데 꽃이 매개체가 되며, 친지나 친구의 집을 방문할 때 꽃은 좋은 선물이다. 집의 분위기를 좋게 하고 집안 장식에도 한 자리를 차지한다.

이렇게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꽃이지만 꽃 축제 때 외에는 꽃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 ‘꽃의 날이라도 정해서 꽃이 우리에게 기여하는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은 어떨까.

고유가의 고통에다 속을 상하게 하는 여러 가지 일들이 우리의 가슴을 서늘하고 아프게 할 때 그 마음을 달래주는 예쁜 꽃이라도 잘 가꾸어 차분한 마음으로 살 수 있는 바탕이 되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우리 모두 좀 더 꽃 가꾸는데 마음을 쓰고 시간을 할애한다면 더 명랑하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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