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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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그리며
  • 김영택  webmaster@joongang.tv
  • 승인 2019.11.0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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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칼럼위원)

| 중앙신문=김영택 | 저녁을 먹은 후 잠시 산책을 할 겸 밖으로 나섰다. 늦가을로 접어들자 가을 속에 겨울이 몰래 잠입하여 아침저녁으로 스산하다. 하늘을 보니 오랫동안 지천을 지배했던 태양이 에너지를 너무 소모했는지 가동 시간을 축소하자 어둠이 그 빈자리를 재빨리 점령한다. 안개처럼 굼실대는 어둠의 영역으로 들어서자 짓궂게도 밤길만은 죽어라 따라다니던 검은 그림자가 가로등 불빛과 주택가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두려운지 작은 그림자로 축소되어 얄밉게도 고개를 내민다.

길을 천천히 걸어가면서 저 하늘을 쳐다보았다. 어두운 밤하늘을 촛불 밝히듯 총총히 떠서 은하수 다리를 놓아주던 별들이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 몹쓸 공 헤로인 해 아무리 지구환경이 나빠졌다고는 하지만 별을 볼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 살고 있는 인간의 처지가 가여워지고 서글퍼진다. 스쳐버린 세월 중 하늘의 별을 바라다보며 살아온 세월은 벅찬 행복이었고. 별들의 천국을 꿈꿔온 열망이었다.

별이 뜨는 밤이면 사람들은 별처럼 세상을 훤히 밝히기를 소원했고 제 몸을 활활 태 우며 유성이 되어 대기권 밖으로 추락하는 별들을 보면 만사형통을 기원하는 불꽃놀이를 보는 것처럼 즐거워했다.

어쩌다 별이 뜨지 않고 그 모습을 보이지 않는 날에는 점성가처럼 천기를 훔쳐보며 하늘의 노여움을 두려워했고 눈 비가 올 것을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이제는 전설과도 같은 까마득한 옛날이 되었지만. 별이 함빡 쏟아진 여름날에는 철부지 어린아이들은 냇가의 고기떼를 쫓아 밤늦게까지 시냇가를 휘저어 다녔고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집 마당과 마을 공터에 둘러앉은 어른들은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가 당연한 이슈였고 화젯거리였다. 모기를 쫓아내고자 쑥향을 피운 마을 공터와 집 마당은 한 여름밤을 보낼 수 있는 훌륭한 쉼터요 피서지였다, 또 별빛이 흐르는 강가는 피서와 함께 풍류의 장소로 전용되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 생활 주변을 비춰주며 머물러있던 별들이 언제부터인지 제빛을 잃어버리고 하나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비행기를 타고 성층권까지 올라가 보면 별들을 다시 만날 수도 있을는지 모르겠지만 별이 떠난 지금의 하늘은 너무나도 공허하고 황량하다.

잃어버린 별을 찾아 바람이 이끄는 대로 산과 들을 헤매며 별이 보일 것 같은 장소로 옮겨 다니면서 별과의 극적인 만남을 고대하지만 사라진 별들은 쉽사리 그 모습을 드러내 주지 않는다. 밤하늘의 별들은 내 소망과는 달리 하늘의 공기가 맑아졌다고 생각이 되면 반딧불처럼 나타나 노란 얼굴을 보여주다가도 대기오염이 극도로 나빠졌다고 판단되면 이내 어디론가 꼭꼭 숨어버렸다.

별들이 그렇게 떠난 장소를 이제 인간이 쏘아서 하늘에 올려진 인공위성이라는 인공별들이 저궤도와 고궤도의 상공에서 땅을훝고 바다를 내려다보며 세상을 감시하고 통제하며 하늘을 유영하고 있다. 무수히 하늘로 쏘아 올려진 인공위성들이 별들이 떠난 자리를 대신 메꾸워 가고 있지만. 그건 우주환경만 파괴시키고 지구 멸망을 앞당길 뿐 별처럼 은하계에 아름답고 화려한 군무를 연출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별을 보며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을 애원하기도 하고 별처럼 살기를 희망한다. 별이 없는 세상은 암흑이다. 그 암흑 속에서 탈출하기 위하여 별이 되고 싶었던 내 마음은 하늘을 밤새 찾아보아도 몇 개의 별만 셀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별을 잃은 슬픔의 억장 속에 통곡의 숨을 죽이면서. 오늘도 혹시나 하는 기대 속에 저 하늘의 별들이 그 옛날처럼 모두 돌아와 주기를 기다리는 바람은. 비단 잃어버린 동심 속의 추억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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