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시 에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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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시 에이즈
  • 유지순
  • 승인 2019.09.2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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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진초록 녹음이 우거진 6월 산에 노란 낙엽이 우수수 바람에 날리고 있다. 팔랑팔랑 떨어지는 앙증맞은 작은 잎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푸르러야 될 잎이 아까시 에이즈로 인해 노랗게 황화 현상을 일으키며 속절없이 죽어간다.

얼마나 지독한 병이기에 현재 인간에게 존재하는 제일 무서운 병인 에이즈라는 병명이 붙었는지 가공할 일이다. 자연에서 마음 놓고 활개치고 자라야 될 나무가 무서운 병에 걸렸다니 측은한 마음이 든다.

아까시 에이즈로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은 양봉농가이다. 한 여름에 단풍이 들어 노란 잎이 무더기로 떨어진 모습을 보며 앞으로 닥쳐올 재앙에 걱정이 앞선다. 이 병은 1999년 동해안에서 시작되었다고도 하고, 2002년에 경북 군위군에서 최초로 발견되었다는 얘기도 있지만 언제 발병했는지도 확실히 모른다. 지금까지 정확한 원인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원인이라고 밝혀진 것은 첫째, 심은 지 30~40년이 넘어서 아까시나무의 생리적인 적응성의 감퇴와 생육환경의 악화로 인한 자체의 쇠퇴에 의한 것으로 보며 둘째, 외부 병원균의 침입에 의한 병해로 본다고 한다. 앞으로 3차년도의 연구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원인과 대책을 내릴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까지 이 정도밖에 밝혀내지 못하고 있으니 언제 처방을 연구하고 나무를 살려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할지 요원하다. 산림청과 농촌진흥청에서 발표한 원인이 서로 다르니 양봉농가는 가슴만 탄다.

금년에는 아까시 꽃이 필 시기에 계속된 저온으로 꽃 자체에서 꿀이 생성되지 않았다. 이상기후로 전국의 아까시가 동시에 꽃이 피어 이동 양봉을 하는 사람들이 더 큰 타격을 입었고, 개화기에 많은 비가 내려 꿀을 뜰 새도 없이 꽃이 졌다. 

그로 인해 전국적으로 꿀 생간이 예년의 3분의 1 밖에 안 되니 양봉동가들은 말을 잃었다. 수리시설이 잘 되어 비가 오지 않아도 논에 물을 댈 수 있고, 밭작물은 가물면 땅이 품고 있던 습기라도 빨아들이지만 꿀은 꽃이 아니면 어쩔 도리가 없다. 자연이 순조롭기만 바랄 뿐인데 나무까지 병이 들면 양봉농가의 설 땅은 어디인지 눈앞이 깜깜하다.

날씨만 좋으면 아까시꿀을 채밀하기 시작해서 찔레꽃꿀, 잡화꿀, 밤꿀이 차례로 나온다. 꿀은 모두 향기가 다르고 맛과 빛깔이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까시꿀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느 꿀보다 수요가 많은 아까시가 이렇게 병이 들고 있는데, 생업으로 매달리고 있는 양봉농가에 대해 정부에서는 관심이나 있는지 묻고 싶다.

아까시 에이즈는 한 지역에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생긴 현상이다. 발병한 지 5~6년이 지난 지금에야 전문가가 밝혔다는 원인이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노쇠나 병균일 것이라고 한다. 남편과 나는 나름대로 그 원인을 공해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 양봉장 근처는 산골이라 그런지 다행히 심하게 황화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차를 타고 가다보면 도시 근처로 갈수록 심하다. 서울 가까이는 나무들이 완전히 노랗게 변해서 잎을 떨어트리고 있는 것이 많이 눈에 띈다. 살아온 많은 세월 동안 한창 녹음이 짙어지는 6월에 나무가 단풍이 든 현상은 처음 본다.

 금년에는 아까시 꽃송이 크기가 예전에 비해 반도 안 된다. 꽃이 져야 될 시기가 훨씬 지나도 나무에서 꽃이 떨어지지 않고 마른 채 붙어있어 섬뜩한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런 현상들을 보며 지구 곳곳에서 들려오는 기상이변이 우리나라에도 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싶다.

아까시 에이즈라는 생소한 병명을 듣고 보면서 삶이란 갈수록 극복하기 어려운 높은 산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이 상황을 잘 헤쳐 나가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오늘도 힘차게 양봉장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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