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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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향기
  • 김영택  webmaster@joongang.tv
  • 승인 2019.08.2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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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칼럼위원)

| 중앙신문=김영택 | 지난 3월 홍정희 시인이 출간한 시집을 우편물로 받았다.

우편물 수취 시 수필집인가 하였으나 포장을 벗기고 보니 겉표지가 에메랄드 색이 빛나는 한 권의 시집이었다.

새책에 대한 출간의 부러움과 더불어 홍정희 시인이 베풀어준 호의에 감사하면서 목록을 보니 표제가 된 좁은문 저쪽을 포함하여 60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었다.

잠시 제1부에 소개된 글들에 눈이 갔다. 그러나 평소 시에 대한 전문지식이 텅텅 빈 나로서는 이해력이 크게 부족했고 받아들이기가 무척 버거웠다.

더구나 책을 읽고 난 후에 소감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가 난감했다. 시구에 인용된 문장들이 올챙이 작가의 머리로서는 해석하기에 어려운 단어들 이었고 낯선 용어들이었다. 낯 뜨거운 일이지만 수필과 산문에만 익숙했던 나로서는 시에 담긴 내용을 이해하는데 적지 않은 고행이었다.

언뜻 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 작가가 한 말이 생각났다. 소설가가 쓴 장편의 글을 시인은 단 몇 줄로 압축하여 표현한다며 시인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었다. 홍정희 시인과 교류한지는 동인지 활동을 통해 몇 년에 불과하지만 그녀는 이미 한국문단에 이름을 빛내고 있는 중견 작가다.

문인들의 소망인 출판물을 벌써 시집 2권과 수필집 3권을 출간한 왕성한 작가다. 변명 같은 고백이지만 학생 때 이후 문학활동이 황무지 같은 상태에서 시를 접한다는 것이 나로서는 두려움이 앞섰고 또 유명 시인의 글을 대하는 것이 무척 부담스러웠다.

한동안 그녀의 시집은 내게서 흥미를 잃었다. 어쩌다 생각나면 눈요기로 읽었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경과되고 책의 중간 부분에 이르러서야 머릿속에 주옥같은 글들이 눈에 들어온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아름다운 시상에 감탄이 들고 뭉클한 감정은 사색에 잠기게 했다. 평론가는 아니지만 문인의 한 사람으로서 감히 그녀의 글을 평하자면 다양한 주제와 탄탄한 구성력을 동반한 문장력이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음이 분명하다.

시는 인간사회에 없어서는 안될 삶의 일부분이다. 희노애락이 존재하고 문명의 가치관을 더욱 높여준다.

따라서 시와 노래가 그 오래전부터 인간 문화생활에 밀착되어 온것은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좁은문 저쪽'의 시집은 한결같이 아름다운 시상이 모아진 책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나의눈을 사로 잡은곳은 130 쪽의 '삶'이라는 시였다. 예컨대 그 시는 내 생활의 전형적인 모습을 그대로 나타낸 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성싶었다. 

책에 수록된 내용을 옮겨보면

삶 

홍정희 지음

살아 가는 일은 실로 엄숙한 역사

너무 고단 하거나 너무 편하지 않기를

그리하여 삶에 대해 힘들다 시시하다

말하지 않기를.

살아가는 일은 실로 투명한 역사

거룩한 밥으로 섬기고 진지한 말로 받들어

그리하여 삶에 대해 고맙다 경건하다

말할수 있도록

별을 따려는 무모함과 해를 피하려는

비겁함 사이 일생을 갈피없이 헤매더라도

하늘을 찌를듯이 교만 할때나

땅이 꺼질듯이 허무할때도

그 어떠한 이유로 해서든

부디 간절히 원하건대 참 삶을

잃지 않게 되기를...

삶이라는 시를 독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표현하자면 세상살이의 모진 풍파를 다 겪은 사람의 눈물 어린 참회를 보는듯했고 오랫동안 수도에 정진한 종교인의 고회 성사를 듣는 것만 같아진다.

특히 시구 중 '룩한 밥으로 섬기고 진지한 말로 받들어 삶에 대해 고맙다. 경건하다. 말할 수 있도록 강조한 부분은 삶의 희망을 잃은 사람들의 인성을 다시 일깨워준 성인들의 말씀과도 같고 어두운 세상을 밝혀주는 등불과도 같아서 깊은 찬사를 불러들인다.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시인의 충정 어린 당부대로 부디 참 삶을 잃지 않게 되기를 간구하면서 늦게나마 홍정희 시인의 시집 출간을 거듭 축하하면서 시인의 다음 작품을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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