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 도자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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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도자기야
  • 유지순  webmaster@joongang.tv
  • 승인 2019.08.19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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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 중앙신문=유지순 | 도자기의 고장 여주에서 사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행운이다.

우리 집 근처는 집만 나서면 많은 도예공장이 있고, 각종 도자기 판매점들이 눈길을 끈다. 도예가의 손으로 빚어진 도자기든 기계로 찍어 같은 모양을 하고 진열되어 있는 도자기든 혼신을 다하여 구워졌으니 도자기를 보며 느끼는 감정은 다양한 상념을 불러일으킨다. 도예가의 손에서 탄생한 도자기는 값이 비싸 도자기 앞에 머물러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족하고, 기계로 찍어 구워 낸 도자기는 부담 없이 마음대로 골라 살 수 있어 좋다.

자태를 뽐내며 도도하게 자리하고 있는 도자기 옆에 서면, 도공의 손과 훨훨 타오르는 불길을 거쳐 솔 향을 머금고 세상을 향해 태어나는 과정이 머릿속에 훤히 그려져 숙연해진다. 도자기가 만들어지기까지 드는 공을 생각하면 예사로 범접할 수 없는 기품이 느껴져 더 도자기를 사랑하게 되나보다.

얼마 전, 도자기 쌀 항아리 두 개를 중년과 신혼의 주부인 친지에게 각각 선물을 했다. 별 부담 없이 마음 가벼운 가격으로 산 것인데도 받는 사람들은 아주 비싼 것으로 받아들여 좀 민망했다. 중년주부는 20㎏들이 쌀 항아리가 아름답다고 거실장식장 위에 올려놓고 즐기겠다고 한다. 신혼의 주부는 도자기가 아주 예쁘고 고급스러워 보여 자기 집에서 쓰기에는 어울릴 것 같지가 않다면서 좋아한다.

다른 고장 사람들이 집에 와보고 집안에 도자기가 많이 있다고 부러워한다. 여주에 사는 우리는 늘 여기저기에서 대하기에 무심할 수도 있는데, 그들은 도자기가 희귀한 것이라는 생각에 선뜻 구입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친구가 여주에 놀러 왔기에 도예점에 구경 가서 녹차 끓이는 세트를 선물했다. 그 도자기를 사면서 친구와 두 번 놀랐다. 예쁘고 고급스러워 놀랐고, 눈에 비친 가치에 비해 값이 너무 싸서 놀랐다. 친구는 손님 대접할 때 그 다기로 차를 끓여내면 모두 곱다고 칭찬을 해서 기분 좋게 잘 쓰고 있다고 한다. 도자기에는 각기 빚은 사람의 혼과 솜씨가 담겨 있고, 길고 짧은 삶의 이야기도 간직하고 있다.

TV 진품명품 시간에서 보면 오래되고 희귀한 도자기에 생각 할 수 없을 만큼 높은 값이 매겨진다. 지금 진열장을 차지하고 있는 도자기도 많은 세월이 흐르면 그렇게 값이 나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금년에도 도자기박람회가 여러 가지 행사와 함께 다채롭게 개최되어 박람회장에 종종 들러 다양한 도자기를 즐기고 있다. 내국인이나 외국인이나 많은 사람들이 와서 구경도 하고 체험도 하여 도자기에 푹 빠졌으면 좋겠다. 광주와 이천, 여주를 잇는 ‘도자기 길’이 만들어져 박람회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와서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 마음을 꽉 채운다.

여주는 문화유산도 많고, 물도 맑으며, 산야가 아름다워 솜씨 좋은 도예가들이 값지고 빛깔 고운 도자기를 구어 내나보다. 올해에는 많은 관람객들로 성황을 이루어 여주도자기가 더 발전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집안에서 존경 받고 대접 받는 사람이 밖에 나가서도 대접을 받는다. 우리 고장에서 나오는 도자기도 우리가 사랑하고 아껴야 다른 고장 사람들에게 더 아낌을 받고 귀한 대접을 받을 것이다.

사랑한다, 도자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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