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에 한 번 피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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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에 한 번 피는 꽃
  • 유지순  webmaster@joongang.tv
  • 승인 2019.07.1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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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백년 만에 한 번 핀다는 고구마 꽃이 밭을 수놓았었다.

짙고 연한 보랏빛이 조화를 이루며, 토종나팔꽃을 닮은 모양이 예쁘다. 흔히들 고구마 꽃은 귀해서 꽃이 피면 나라에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하고, 집안에도 경사가 생긴다는 얘기들을 한다. 고구마 농사를 지은 지 10여 년 만에 꽃 피는 것을 처음 보았다.

고구마는 줄기가 땅에 닿아 있으니 꽃도 땅에 흩뿌려 놓은 듯 피어 있어 더 신비감을 자아냈다. 금년에는 무슨 좋은 일이 생기려나 하는 은근한 기대가 마음속에서 피어오른다.

올해 처음으로 자색고구마를 심었다. 자색고구마의 효능이 여러 가지로 많아 몸에 좋다고 해서 아이들 먹이려고 잔뜩 심었다.

고구마는 씨앗을 심어 수확하는 작물이 아니므로, 꽃이 워낙 흐드러지게 피어서 꽃으로 영양이 다 올라가 고구마 밑이 잘 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여름 내 꽃구경을 잘 했으니, 밑이 들지 않아도 섭섭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하고 자색고구마 수확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휴일에 아이들이 다 모여 봄에 각기 자기가 심어 놓은 고구마를 캤다. 뜻밖에 제법 굵은 고구마들이 흙 밑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아이들이 환성을 지른다. 고구마를 캐는 아이들 손도 신이 난다. 어린 고사리 손으로 캐느라 찍어 놓은 고구마가 산더미다. 밤고구마나 호박고구마는 상처가 나면 며칠 후면 썩는데 자색 고구마는 안토시아닌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찍혀도 잘 썩지를 않는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처음 구경한 자색 고구마는 껍질 색깔부터 범상치 않더니 반을 잘라보니 짙은 보랏빛이 참으로 곱다. 먹으면 몸에 좋은 건강식품일 것 같은 생각이 절로 든다. 땅 속에서, 자연이 만들어 낸 색이 이리 고울 수가 있다니….

고구마 꽃은 열대지방에서는 흔하게 핀다고 한다. 우리나라처럼 온대지방에서는 꽃이 피기에 온도가 적당하지 않은가 보다. 금년에 중부지방은 유난히 덥고 비가 오지 않아서 이런 현상이 일어났나 보다.

고구마는 캐서 십여 일 숙성을 시키면 달게 된다고 했는데, 캐서 금방 쪘는데도 맛이 달다. 자색 고구마는 쪄서 먹으면 맛이 덜하고, 오래 숙성 시킨 뒤 생으로 먹으면 좋다고 해서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래도 생각보다 맛이 있다. 다른 고구마보다 훨씬 단단한 것이 먹을 만하다.

농업기술센터에서는 가지각색의 고구마를 만들어 그 효능을 조사하고 있다니 앞으로 어떤 색의 고구마가 각광을 받을는지 기대된다. 주황색, 노랑색, 분홍색, 자색, 내년에는 우리도 여러 색깔의 고구마를 심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자색 고구마에서 보랏빛 꽃이 피었으니, 고구마의 빛깔에 따라 꽃의 색깔도 다를는지 궁금하다. 고구마를 캐면서 벌써 내년 농사를 꿈꾸고 있다.

자색 고구마를 앞에 놓고 여러 가지 응용방법을 생각해 본다. 얇게 저며서 각종 야채와 함께 생무침을 해도 좋고, 갈아서 부침개를 해 먹어도 좋으며 생으로 갈아서 즙을 만들어 먹어도 좋다고 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먹는 방법이 있으니 자색 고구마를 심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밭에 가득, 고운 보라색 비단을 깔아 놓은 듯 피어 있던 고구마 꽃이 아직도 눈앞에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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