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새의 깃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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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새의 깃털
  • 유지순  webmaster@joongang.tv
  • 승인 2019.07.1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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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 중앙신문=유지순 | 목이 긴 백자화병에 꽂혀 있는 공작새의 깃털이 아름답다.

마치 공작새의 활짝 핀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자연의 색이 이렇듯 곱고 예쁜 것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얼마 전 홍천에 있는 펜션에 다녀왔다. 2천여 평의 땅에 정착한 지가 6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데 주인의 손길이 가지 않은 곳이 없다. 바라만 보아도 저렇게 구석구석 힘든 일을 어떻게 혼자 했는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예쁜 살림집과 이어진 부대 건물들은 주인의 손으로 지었다는데 정말 보기 좋고 땀과 노력이 곳곳에 배어 있어 노고가 눈에 보이는 듯하다. 편히 쉴 수 있는 정자와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나무 등 가만히 앉아 구경만 하고 있어도 주인의 노력이 느껴진다.

기르고 있는 개와 당나귀, 아주 예쁘게 생긴 여러 가지 종류의 새들과 희귀종인 닭들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준다. 한 쌍의 공작은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손님을 맞고 있다. 그 공작이 낳은 알에서 부화되어 나온 흰 새끼공작 한 쌍은 눈이 부시다. 색깔 있는 공작이 어떻게 하얀 공작새끼를 낳았는지 불가사의다. 

흰 공작새는 보통 흔한 색깔의 공작새보다 값이 많이 비싸다고 한다. 돌연변이로 태어난 새끼공작이 더 귀한가 보다. 예쁘게 생긴 여러 종류의 새들도 길러보고 싶은 욕심이 절로 나게 한다. 짐승은 집을 비워야 될 경우 먹이를 한 번 듬뿍 주어 놓으면 저희들이 알아서 먹는데 새는 매일 먹이와 물을 주지 않으면 죽는다니 키울 엄두가 나지 않는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노후에 시골에 내려와 살고 싶다고 하지만 신경을 써야 될 일이 여간 많지 않다. 누구나 조용하고 아늑하고 편안한 곳으로의 회귀본능은 가지고 있지만 도회에 살다 시골에 와서 적응하는 일이 보통 힘든 것이 아니라 섣불리 결행하기가 쉽지 않다.

여름 장마 동안 두어 달을 입원하고 수술 하느라 농장을 비웠더니 장마통에 풀이 호랑이 새끼 칠 수 있을 만큼 많이도 자랐다. 봄내 애지중지 가꾸어 놓은 꽃밭이 풀에 묻혀 풀 사이에서 가냘프게 피어있는 꽃들이 불쌍해 보인다. 사람의 손이 잠시만 가지 않아도 이렇게 손도 대기 힘들 만큼 모든 작물이 풀에 묻혀 녹는데 나이 들어 시골에서 산다는 것은 의외로 힘든 일이다.

풀 한 포기 없이 말끔하게 손질해 놓고 간 고구마 밭도 풀인지 고구마인지 분간을 못할 정도로 풀 속에 묻혀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이렇게 풀이 많이 나 있으니 고구마는 알이 찰는지 모르겠다.

 이대로 방치해 두었다가는 곧 폐허가 될 것 같다. 주변을 잘 가꿀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시골생활도 좋은 것이지 이렇게 손이 안가 온통 집주변과 농장이 풀 속에 묻혀 있다면 어떻게 시골 생활을 이어갈지 걱정이 태산이다.

홍천의 그 펜션 주인은 아직 젊고 부지런하여 그렇게 잘 가꾸고 꾸려 나갈 수 있는 능력이 보기 좋고 부러웠다.

이렇게 몸이 말을 듣지 않아도 마음만은 손에 넣을 수 있는 아름다운 것들을 가져다 예쁘게 농장을 꾸미고 싶다. 아무리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해도 좀 더 나이가 젊었더라면 하는 마음이 아프게 가슴을 파고든다. 자연조건이 좋은 땅을 가지 고 있어도 제대로 가꾸지 못하면 그림의 떡일 뿐이다.

시골이 좋아 시골로 내려와 살게 된 경위가 파노라마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정말 사람이 한 살이는 일장춘몽인가.

홍천에서 얻어온 공작새의 깃털이 많은 얘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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