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순의 살맛나는 세상]도심에서 벌 기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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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의 살맛나는 세상]도심에서 벌 기르기
  • 중앙신문
  • 승인 2019.07.0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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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해마다 이웃의 유기농 사과과수원에 사과꽃이 필 무렵이면 우리 집 벌을 서너 통씩 갖다 놓는다. 사과꽃이 다 져서 수정이 끝나고 벌통을 수거해 올 때면 꿀통에 사과 꿀이 가득 들어 있어 흐뭇했다. 수정해 주는 벌 때문에 해마다 유기농 맛 좋은 사과도 잘 먹고 있다.

금년에는 지난겨울 동해로 나무들이 피해를 많이 입어서인지 워낙 꿀이 흉년이라 수정할 동안에 벌이 먹을 꿀조차 없이 꿀이 바짝 말라 있어 굶어 죽지나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근년에 웬일인지 세계적으로 벌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일이 많아 양봉농가를 긴장 시키고 걱정도 시키고 있다. 꿀 수확이 없으면 양봉농가의 생계도 걱정이지만 벌이 없어져 모든 꽃들이 수정을 하지 못한다면 작물이 열매를 맺지 못할 것이고 그것이 인간생활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경고를 들었다.

며칠 전 신문에 ‘꿀벌 불러들여 지구를 살리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도심 속 양봉이 급증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도심 속 양봉은 대기오염 등으로 점차 사라지는 꿀벌을 불러들여 자연의 균형과 질서를 회복하는 환경 운동으로 주목 받고 있다고 했다. 뉴욕의 맨해튼, 런던과 호주, 동경에서도 도심에서 벌 기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대봉가인 지인은 만약 벌이 독침이 없었다면 도심의 옥상 같은 여려 장소에서 너도 나도 벌을 키웠을 것이라는 얘기를 했다. 꽃이 있는 곳이면 서너 통만 잘 키워도 한 해 동안 한 가족 먹을 양은 충분히 채밀할 수 있으니 누구든 벌을 키울 수 있다면 좋은 소일거리와 취미생활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독침 때문에 벌을 키우려면 장비가 많이 든다. 서너 통 키우기 위해 장비를 다 장만하고 준비하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다. 특별히 벌 키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우리 양봉장에 찾아온 사람들은 벌이 무서워 조심을 많이 한다. 벌이 이상하게 머릿속을 좋아해서 아무 방비 없이 벌 옆에 가면 머릿속부터 파고든다. 농장에 놀러 왔던 남편 친구 한 분은 머릿속을 열댓 군데를 쏘여서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벌집 옆을 지나가다가 대여섯 군데씩 쏘이는 경우도 있다.

벌독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한 방을 쏘여도 위험할 수 있어 우리는 손님이 오면 벌에 쏘일까 바짝 긴장을 한다. 남편은 벌 일을 할 때면 하루에 20군데씩 쏘이기도 하지만 십여 년 동안 벌을 키우면서 면역이 되어서인지 벌에 쏘여도 괜찮다고 한다. 그 덕인지 많은 나이에도 관절 같은 곳이 아픈 데가 없다.

벌이 평생 일하며 모으는 꿀이 한 찻숟가락이다. 그것을 모으기 위해 온갖 고난을 무릅쓰고 걷어 온 먹이를 인간들에게 다 빼앗긴다. 어떻게 생각하면 인간이 잔인하다는 생각도 든다.

벌을 길러 지구도 살리고 꿀을 먹을 수 있다는 꿈을 가지고 도시에서 벌을 키우는 운동이 번지고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질 좋은 꿀도 먹고 지구도 살릴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하루에 사라지고 있는 지구상의 생명이 2천여 종이 넘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열매와 꽃을 맺게 하는 벌도 사라져가고 있는 생물 중에 하나라면 인류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도회지에서도 벌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는 것이 벌을 번식시키는 데 일조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침 서울시청의 옥상에서 벌을 키워보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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