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여름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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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여름나기
  • 유지순  webmaster@joongang.tv
  • 승인 2019.07.0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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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 중앙신문=유지순 | 해마다 봄이면 진동하는 아까시 향기가 늘 삶의 의욕을 북돋운다.

아까시꿀을 뜨고 나면 야생화꿀과 밤꿀을 채밀할 수 있는 꿈이 남아 있어 벌 키우는 일이 힘들어도 마음은 여유롭다. 기대와 달리 야생화꿀과 밤꿀 딸 시기에 날씨가 춥고 비가 질금거려 밤꽃행기도 맞지 못한 채 채밀할 시기가 지나가버리기도 하고, 기대만큼 꿀이 나올 때도 있다.

이렇게 밤꿀을 뜨고 나면 한 해의 꿀농사를 끝나고, 내년 봄까지 벌을 튼튼하게 지켜주는 일만 남는다.

세상살이는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아무리 좋은 꿈을 가지고 계획과 희망, 기대에 부풀어 있어도 주위의 여건이 좋게 따라주지 않으면 예상치 않게 계획이 빗나간다.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 보면 계획대로 된 것보다 시행착오를 일으켜 애를 태운일이 훨씬 많다. 한 번 지나가 시간은 되돌릴 수 없으니 그 상실감은 클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면서 경험도 쌓아지고 인생살이의 길도 다져지는가보다. 벌을 키운 지 여러 해가 지났는데도 아직 초보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 서툴다.

어설픈 솜씨로 우리 부부가 만든 비닐지붕 밑에서 편안히 여름을 나고 있는 벌을 들여다본다. 여름 날씨가 하도 변화가 심해 벌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금년에는 고생을 많이 한다.

더우면 일벌들은 벌통 안에 온도를 낮추기 위해 끊임없이 날갯짓을 해서 바람을 일으켜 여왕벌과 새끼 벌들이 지내기 좋도록 해 준다. 온도를 내리느라 다른 일을 못하니 더운 여름에는 벌의 수가 늘지 않는다.

더운 날씨는 그렇게 해결을 하지만 벌이 물에 닿으면 약해져서 여름 장마에 얼마나 고생을 할지 살아있는 생명이라 늘 마음을 졸이며 산다. 빗속이어서 꽃도 없지만 꽃이 있다 해도 젖어서 꿀을 따올 수 없으니 벌들이 굶지 않도록 먹을 것을 주어야 한다.

새끼 먹일 화분도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먹을 것이 풍부해야 여왕벌이 알을 많이 낳고 잘 키우게 된다. 여름에 알을 많이 낳아야 벌의 세가 강해져서 겨울 추위도 잘 견디고 내년 봄에 아까시꿀을 많이 채밀할 수 있다.

금년에는 다섯 무리의 분봉한 벌을 잡아 들였다. 벌 한 통 값이 20만원이나 하니 달아나는 벌을 잡아들이지 않을 수도 없었지만, 애써 키운 벌이 달아나면 안타깝다. 벌이 집을 나가 분봉을 할 때는 수천 마리의 벌떼가 하늘을 덮어 장관을 연출한다.

여왕벌의 주위로 일벌들이 붙는 일이 얼마나 순식간에 이루어지는지 눈 깜짝할 사이에 한데 뭉쳐 덩어리가 된다. 분봉한 벌 무리를 잘 잡아 놓은 후의 흐뭇한 기분은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기가 힘들 것이다.

여름에는 모든 생물이 더위에 허덕이는 계절이라 벌도 보살펴 주지 않으면 고생을 많이 한다. 벌치는 일은 여름에도 바쁘게 일손을 움직여야 한다. 세상에 힘들이지 않고 거둘 수 있는 일은 없지만 벌을 키우는 일도 똑 같다.

벌을 늘 관찰하면서 벌통을 보살피는 것은 벌들이 이 여름을 잘 나기를 비는 마음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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