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섭의 목화솜 모정]자전거타기 - 네 시간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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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섭의 목화솜 모정]자전거타기 - 네 시간의 즐거움
  • 중앙신문
  • 승인 2019.06.3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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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섭 (수필가, 칼럼위원)

연초록 얕은 산들이 짙은 초록으로 물든지 오래고 띄엄띄엄 아직 모내기를 마치지 못한 논들이 게으름을 피우며 누워있다. 늦게 핀 아카시아가 향기를 내뿜고 있는 개울 둑길에 가끔 차들이 지나고 그 틈에 우리 내외도 끼어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는다. 시간은 여덟시가 채 안 되었는데 해는 중천이다.

여주보 팔각정에 올라서니 강 건너 국토종주 자전거 길에 가끔 자전거가 지나간다. 서울에서 오기는 아직 시간이 그렇고, 양평에서 왔을까, 아니면 능서 흥천에서 부지런을 떨었을 게다.

50여 년 전 친구와 셋이서 자전거를 타고 무작정 길을 나섰다. 태능을 지나고 밤섬유원지를 지나 거의 광릉내를 왔을 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털퍼덕 주저앉았다. 엉덩이가 아파 더 이상 자전거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 비포장 자갈길을 달렸으니 그만한 게 다행이다. 지나가는 트럭에 짐 값 따로 사람 운임 따로 내고 점심도 거른 채 서울에 도착하니 하늘이 노랬다.

여주보 팔각정에서 간식을 하며 커피를 마시고 쉬는데 아내는 다음 행선지로 향할 준비를 한다. 아내는 자전거에 관한한 나의 대선배다. 시골에 내려온 후 바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여 여주시내 동호회에 들어 가끔 원행을 하기도 할 정도다. 여주보를 건너 잘 다듬어진 자전거 길을 따라 강천보까지 가기로 하고 앞장을 섰던 아내는 선배답게 길안내를 하며 아는 체를 한다. 강가에는 민물고기를 파는 배가 여러 척 매여 있고, 이른 아침인데도 수상스키를 즐기는 젊은이가 힘을 자랑한다.

제 자리가 아닌데 강변에 우뚝 서서 강을 내려다보는 모래흙더미, 강바닥을 준설하며 쌓아 놓은 저 모래는 큰돈이라고 소문이 무성하던데 아직 주인을 만나지 못해 또 하나의 산을 만들었다.

여주대교 밑에서 나무다리를 타고 올라와 큰길에서 만나 영월루를 끼고 연양리방향으로 가는 길은 아무래도 미흡하다. 강변을 따라 곧장 길을 만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초행인 외지 여행객들은 혼란스럽고 여주에 대한 점수를 푹 깎아 버릴 것 같다. 생태학, 지리학, 역사학이 어우러진 여주들판, 강변을 달리다 보면 여주 팔경이 손짓하며 반긴다. 다시 강변으로 내려서자 은모래 유원지가 펼쳐진다. 초록담요를 깔아 놓은 듯 축구장이 반듯하고 강변 캠핑장에는 수 백 채 텐트가 아름답다. 주말을 맞아 경향각지에서 왔을 여행객들이 식사를 하거나 준비 중이고 어린이들은 아버지와 전기자전거를 타며 아침을 즐긴다. 아침 여가를 잘 활용하는 젊은이들이 대견하고 맑은 강에는 물새가 나르며 한 폭 그림을 제공하는데 강 건너 신륵사에서 불경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바닥에 쓰인 이정표가 팔당대교와 충주 탄금대 거리를 가르쳐 주는데 다음에는 충청도까지 가보겠다고 욕심을 내 본다. 나이가 들어가니 주변에서 이야기하는 건강 문제, 방송에서 전문가가 알려주는 건강소식, 아내는 요즘 들어 나의 건강에 부쩍 신경을 쓴다. 가끔 동네 주변 길을 걷기는 하는데 그것만으로는 어림없다는 주장이다. 아내를 따라 자전거를 타기로 하여 새로 한 대 사고 딸이 헬맷이며 바지를 보내고, 주춤대다가 드디어 초행길에 나섰는데 패드를 붙인 바지는 엉덩이 보호에 아직 멀었고 기어변속에 대해 장시간 설명을 한 자전거포 주인의 친절은 기억 너머로 사라져 허둥대게 만든다. 바퀴가 달린 탈것 중 가장 느린 것. 자전거. 중학생 시절 여주읍내 꼬마들이 자전거 가운데로 다리를 끼고 신나게 달리는 것을 보고 부러워 배우려다가 몇 번 넘어져 팔꿈치를 까이고는 쳐다보기도 싫던 자전거.

몇 해 전 아내가 자전거 타는걸 보고 글을 써서 타의로 새마을 운동중앙회에 냈는데 입선하여 상품으로 자전거를 탔다. 그 상품은 아내가 다니는 자전거포에 팔아 넘겼고 돈은 아내에게 빼앗겼다.

어느새 강천보에 다다랐다. 벌써 자전거가 여러 대 쉬고 있고 가족단위, 연인들이 떠들썩하다. 어느 의사회에서 무료 건강검진을 해주고 그 옆 전시실에는 사농 전기중의 서예작품이 여러 점 전시중인데 나도 아는 인물이라 샅샅이 구경한다.

돌아가는 길은 좀 쉽다. 건강에 대한 걱정, 살림살이에 대한 근심, 어버이 살아 계실 때 다하지 못한 효도, 죄스러움 모두 묶어 강물에 띄워 보내니 마음도 몸도 가벼워 졌다. 여주대교를 건너 오학, 오금리로 오니 갈 때보다 좀 빠르다. 차도는 위험하니 안전한 자전거 전용 길로 다니자고 한다.

네 시간의 아침 나들이, 나이 든 우리네가 가끔 시도해볼만하다고 자랑한다. 오며 가며 내 고향을 즐기는 맛과 멋. 여주는 참으로 좋은 곳이다. 물이 좋고 산이 좋고 사람이 좋다. 나는 여주를 사랑한다. 여주인이어서 자랑스럽다. 자전거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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