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평택시 월례조회에서 확인한 음악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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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평택시 월례조회에서 확인한 음악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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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6.0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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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록 (평택시 소통홍보관)

| 중앙신문=중앙신문 |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4년 12월 24일, 서로가 서로를 죽여야 하는 잔혹한 전장 속에도 크리스마스는 찾아오고 있었다. 각자의 참호 속에서 병사들은 조촐하게 크리스마스 이브를 축하했다.

이때 한 독일군이 부르는 캐럴이 전장을 휘감았다. 그의 노래가 끝나자 독일군은 물론 영국군도 함께 환호했다. 그렇게 추위와 공포만이 감돌았던 이곳 전장에 기적이 찾아왔다. 대치했던 독일군과 영국군은 비무장 상태로 참호 밖으로 올라왔다. 이들은 서로 악수를 했고, 포옹을 했고, 이야기를 했고, 선물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조약을 맺고 당분간 교전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 유명한 ‘크리스마스의 정전’이었다.

이를 직접 경험한 한 영국군 병사는 “몇 시간 전만 해도 서로를 죽이려고 했던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웃고 악수를 나누기 시작했다”고 이날을 기록했다. 이후로도 음악의 기적, 나아가 문화의 기적은 세계 곳곳에 찾아와 긴장관계를 완화시키고, 공동체의 화합을 이끌어내고, 지역의 평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지난 6월 3일 평택시 월례조회에서 수직적이고 경직된 조직에도 그 기적이 찾아올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음악을 통해 딱딱한 조직에 탄력이 생길 수 있음을 목격한 것이다. 이날 월례조회에서는 ‘북한 문화’를 주제로 강연이 진행됐다. 탈북 피아니스트이자 서울교육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철웅 교수는 북한의 음악을 소개했고, 직접 작곡한 ‘아리랑 소나타’와 리처드 클리이더만의 ‘가을의 속삭임’을 피아노로 연주했다.

김 교수는 한반도가 남과 북이 서로 나뉘어져 있는 상태에서 음악으로 서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해당 연주를 한 것이었지만, 그보다 더 효과적이었던 것은 월례회의에 참여했던 공직자들의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그날의 회의에서는 평소와 다르다고 느낄 정도로 밝은 분위기에서 활발한 소통이 이어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피아노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 부드러운 분위기가 조성됐고, 음악이 서로의 이질감을 지우며 소통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게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날 월례조회에 참여했던 직원들이 갑자기 유연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또한 공무원 사회를 음악만으로 변화시킬 수도 없을 것이다. 다만 이날의 공유된 경험이 소통을 방해하는 견고한 벽에 미세한 구멍 정도는 뚫었으리라 본다.

앞으로도 평택시 공무원 사회 뿐 아니라 평택 곳곳에서 음악 등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를 통해 이전보다는 좀 더 부드러운 분위기가 정착되고, 소통이 자연스러워지는 기적이 다양한 조직에서 경험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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