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의동 ‘옐로하우스’ 여성들, “‘사람이 먼저’라는 정부라면 최소한의 대책 마련하라”
상태바
숭의동 ‘옐로하우스’ 여성들, “‘사람이 먼저’라는 정부라면 최소한의 대책 마련하라”
  • 임창수 기자  changsu@naver.com
  • 승인 2019.06.08 09:5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성 40여 명 무너진 건물 사이에서 ‘이주대책’ 요구 농성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인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숭의1구역 1단지 일대. 집창촌으로 유명했던 이곳에서는 40여 명의 성매매 종사자들이 이주 보상책을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 중앙신문=임창수 기자 | 숭의1구역지역주택조합, “법적절차 밟아 강제집행 계획”
미추홀구청, “당사자 간 문제, 관여할 여지 없다” 관망

“막무가내로 나가라고 하면 어떻게 합니까. 최소한 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게는 해 줘야 하지 않나요”

이제는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인천의 유명 성매매 집결지인 일명 ‘엘로우하우스’.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숭의1구역 1단지 일대(1만5천611㎡)에는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으로 철거가 이뤄지고 있었다.

7일 찾은 이곳에는 번쩍번쩍하는 불빛과 사람들의 발길로 붐비던 예전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건물이 무너지고 스산해진 분위기의 현장 한켠에서 40여 명의 성매매 종사자들은 아슬아슬하게 남아있는 건물에서 이주 보상책을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관할 구청에서는 “성매매 종사자들과 숭의1구역지역주택조합의 문제”라며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조합에서는 “조합원들의 사비를 털어 보상을 해 줄 의무는 없다”고 단호해 이들의 요구가 이뤄지기는 힘들어 보인다.

1900년대 초 인천항 주변에서 일본인을 상대로 영업하던 홍등가 '부도 유곽'이 1962년 숭의동으로 이전하면서 형성된 이곳은 1990년대 말까지 30여 개 업소가 성업했다.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과 2006년 숭의동 도시주거환경정비사업계획 수립 이후 현재 7개 업소와 종사자 40여 명만 남아 있다.

이들은 구가 앞서 제정한 '성매매 피해자 등의 자활 지원 조례'에 따라 1명당 월 100만 원 이내 생계비, 월 30만 원 이내 직업 훈련비(각 최대 1년), 700만 원 안팎의 주거 지원비 등 1년간 최대 2천26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인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숭의1구역 1단지 일대. 집창촌으로 유명했던 이곳에서는 40여 명의 성매매 종사자들이 이주 보상책을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만난 여성들 가운데 한 여성은 “우리를 이해 못하는 다른 사람들은 다들 돈을 바라면서 농성을하고 있다고 얘기하지만 돈이 전부가 아니다”라며 “무조건 나가라고 할 것이 아니라 ‘사람이 먼저’라는 정부라면 우리들이 사회에 나가 최소한 생활할 수 있도록은 해줘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10여 년 간 일하고 최근 죽은 친구도 포주가 잘해준다고 했지만 결국 무연고 처리가 됐다”고 지적하며 “구청에서도 여성들을 위해 지원한다고 하지만 이미 떠난 여성들 대부분이 다른 유사 성매매 장소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우리의 요구가 모두 이뤄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힘이 없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이것 뿐”이라며 “경찰과 구청 공무원들이 나가라고 만 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생을 건 ‘싸움’과는 무관하게 공사는 강행될 것으로 보인다. 조합에서는 법적 절차에 따라 강제집행을 진행할 계획이고, 구청에서는 조합이 하는 일이라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지역 개발 주체인 숭의1구역지역주택조합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합법적으로 자신의 재산권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조합원들이 자체적으로 보상을 해줄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달 구청에 공사 진행 사업 승인 신청을 시작으로 공사를 시작할 것”이라며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현재 사업은 민간방식”이라서 “조합에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조합에서 진행하는 부분이고 조합의 결정이 사업의 흐름”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19-06-22 22:34:25
당신들 스스로가 들어갔는데 나올때는 사회의 도움이 아니라 스스로 나오시지

주요기사
이슈포토
  • [단독] 3년차 의정부시청 여성 공무원 숨진 채 발견
  • 박정 후보 유세장에 배우 유동근氏 지원...‘몰빵’으로 꼭 3선에 당선시켜 달라 ‘간청’
  • 감사원 감사 유보, 3년 만에 김포한강시네폴리스 산단 공급
  • [오늘 날씨] 경기·인천(20일, 토)...낮부터 밤 사이 ‘비’
  • 1호선 의왕~당정역 선로에 80대 남성 무단진입…숨져
  • [오늘의 날씨] 경기·인천(25일, 월)...흐리다가 오후부터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