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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나무
  • 중앙신문
  • 승인 2019.04.0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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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태 (칼럼위원)

천하 만물들이 어울려 조화를 이룬 것이 자연이다. 그 자연에 일부가 나무다. 나무는 자연, 자연은 나무다. 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것이 많고 크다.

옛날에는 나무를 길러서 동량지재(棟梁之材)를 최고로 쳤고 나머지는 땔감으로 썼다.

전라도 어느 곳에 편백나무를 심어 성공한 분이 소개 된 적이 있다. 땅 몇 십 원씩 할 때 사서 편백나무 18만주를 심었는데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고, 그는 숲속에서 흐뭇해하고 있었다. 지금은 아마 전봇대만큼씩 컷을 것이다. 편백나무는 향기가 나고 살균도 되는 나무라 인테리어 벽에 루바로 쓰면 최고의 멋을 낼 수 있다. 비싼 것이 흠이다. 나무 값, 땅값 가격이 얼마나 될지 모른다. 재벌이 되었다. 경상도에 매실나무 심어 성공한 분도 TV에 몇 번 나왔다.

감나무 밑에 가서 입 벌리고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라 하는데 놀리는 말이다. 감은 홍시가 되어도 떨어지지 않는 법이다. 감이 곶감이 되는 과정을 거쳐 말랑말랑하게 되면 우는 아이는 딱 울음을 그치고 호랑이는 도망간다고 한 옛날이야기도 있다. 땡감하고 게하고 먹으면 절대 안 된다고 한다. 대추나무는 추운 데라야 병이 없고 잘 된다 더우면 미쳐서 머리를 푼다. 돌밭, 북풍 밭에 심고, 천하게 기르고, 때려주고, 돌도 사이에 막아주어야 한다. 초복, 중복, 말복 일 년에 세 번 꽃피고 여는데 지금은 온난화 때문인지 초복 전에 열고 그 다음은 시원치 않다. 새색시 폐백 때, 자식 많이 낳으라고 뿌려준다. 보약에 꼭 들어가고, 과일 중에 씨가 하나라 최고로 친다.

소나무는 우리 국민성과 비슷하다. 끈질기고 강하고 장수한다. 솔잎향이 그윽하다. 정이품 소나무는 나라에 세금도 낸다. 나락장송 숲속에 들어가면 나무에 대견함에 겸손해 진다. 산전수전 추위더위 난리태풍 다 겪은 그 앞에 우리는 초라하다. 1970년대 향나무 밭은 황금 밭이라 했는데 지금은 다 끝난 나무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주목은 고상한 곳 추운 곳을 좋아 한다. 태백산, 향로봉에 거목들이 있다. 그 씨앗은 항암에 좋다고 한다. 귀족목이 지금은 대중 목으로 흔하다. 산소를 많이 낸다는 잣나무는 노아할아버지가 방주를 만들기도 했는데 청솔모도 올라가기 힘든 꼭대기 꼭대기에 열매를 맺는다.

이름도 더러운 버짐나무는 산소가 안 나와 도심에서는 퇴출시켜 캐낸다. 보리수나무 밑에서 수도한 석가는 득도 해탈해 성인이 되었다. 우후죽순 대나무는 속성 초고속으로 큰다. 한 달도 안 돼 10m이상 커 버린다. 관절에 좋다는 두충나무 엄나무 오가피나무는 약나무다.

술을 물이 되게 하는 헛개 나무. 꿀을 내는 아카시아 나무, 고름을 빨아내는 느릅 나무, 배속에 회충 요충 편충까지 죽이는 옻나무, 옻닭, 모기 쫓아주는 후박나무, 비단 명주실 내주는 뽕나무, 상황버섯은 당뇨에 좋다. 은행나무는 절대 벌레가 달라붙지 못한다. 다른 과일은 다 먹어도 은행은 벌레가 먹으면 벌레가 죽는다. 은행 알 하루에 5알씩 먹으면 100세 장수한다고 한다. 사과나무, 귤나무가 한 때는 대학나무로 효자였다.

과일가게에 진열된 과일들, 다 사람에게 이롭다. 단맛, 신맛, 별에 별맛을 내면서 우리를 유혹한 있다.
도화, 복숭아밭을 지나면 도원결의 한 유비 장비 관운장이 떠오른다. 벚꽃 축제에 가서 꽃 눈 내리는 것을 본 적도 있다.
천안 삼거리 수양버들은 낭창낭창 부드럽다. 외유내강으로 강한나무다. 산 산, 사람 사람, 나무 나무, 모양도 성질도 다 다르다.
불로초 불사약은 못 찾고 말았는데, 不老木, 不死木이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해서 그렇지.

마라에 쓴 물을 달게 한 나무는 이름이 없다. 수수께끼 나무다. 야곱의 양들을 얼룩지게 한 나무가 신풍나무, 버드나무, 살구나무로 야곱을 부자 되게 했다. 100년, 200년산 포도주를 자랑하는 프랑스 포도밭 1헥타에 336억에 팔렸다고 TV나온다. 꽃과 향기로 즐겁게 해주고 달콤한 먹을거리 과일을 주고 병을 치료해 주고 삼림욕 할 때는 산소를 실컷 잡수시라고 내뿜어 준다. 어느 분은 부자로, 어느 분은 건축 재료로, 또는 건강으로, 또 어떤 이는 도를 깨닫게 하고, 장수하게 해주는 나무. 못생긴 나무는 기가 막힌 것 좋아하는 사람, 애완용 분재로 그 가치를 들어내 준다. 지금은 수목장 시대라고, 수명 다 한 사람 몸까지도 그 발아래 편히 쉬게 받아준다. 나무야 고맙다.

나무와 함께 해온 40년, 나는, 나무에 눈물, 비명, 웃음, 춤, 생기를 보고 느꼈다. 사람은 나무와 뗄 수 없는 공생 관계다. 나무와 자연. 사람.

5월 중순 한 참 물오를 때, 큰 나무 밑둥치를 베면 물이 줄줄 나온다. 나무의 눈물이 땅을 적신다. 30m 거목 쓰러질 때 우지직 뿌지직 하면서 비명 지를 땐 무섭다. 옆에 생나무도 부러뜨리면서 같이 죽자고 한다. 생명은 고귀한 것인데 생으로 죽는 것은 슬픈 일이다.

따스한 봄바람이 솔솔 불면서 나뭇가지를 흔들어 깨운다. 일어나라 일어나 얼른 꽃피고 잎사귀도 내라 하면 살며시 봉오리를 피워 꽃을 피우고 웃는다. 아 잘 잤다. 여기저기서 경쟁하듯 꽃이 피고 방글거린다. 새로 나온 가지들도 바람과 함께 흔들흔들 박자에 맞춰 춤춘다.

마른나무에서 새 순나고 꽃피고 열매 여는 건 다 신기한 기운이다. 나무야 잘 자라고 우리와 친하게 지내라 나무야 고맙다. Hi Every 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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