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섭의 목화솜 모정]아주 작은 애국심, 태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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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섭의 목화솜 모정]아주 작은 애국심, 태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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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0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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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신문=중앙신문 |  

송년섭 (수필가, 칼럼위원)

3.1절이 되면 상자에 곱게 담아 두었던 태극기를 꺼내어 게양을 한다. 파란 하늘 높이 휘날리는 태극기를 보노라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국기는 우리나라의 존엄성이요, 우리의 자존감이다.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이 국경일이요, 현충일등이 조기를 게양하는 날이다. 모두 합쳐 보아도 여느 해는 국기를 게양하는 날 수가 열흘이 안 된다.

어느 지자체는 일 년 내내 가정마다 국기를 게양하게 하는 곳이 있고, 우리 주변에 개인도 그렇게 하는 이가 있는 걸 본다. 나는 국가관이 남달리 투철한 편도 아니고, 애국심도 남다르지 않지만 국기를 달아야 하는 날에는 빠짐없이 게양을 한다.

태극기를 제정하게 된 연유가 약간 마음 쓰이기는 한다. 1875년 9월 20일 왜적들은 강화도 근처에 출몰하여 정보를 수집하다가 우리의 포격을 받고, 국기를 달았는데도 포격을 하였다고 트집을 잡았다. 국기가 무엇을 뜻하는지도 모르던 조정은 국기의 필요성을 뒤늦게 깨닫고, 서둘러 모양을 갖추어 1882년 8월 9일 박영효등 수신사 일행이 일본 고베(神戶)에 도착하여 숙소 건물에 게양하였는데, 이것이 태극기의 탄생기이다. 다음 해 조정에서 정식으로 국기를 채택, 공표했고 대한민국이 수립된 후, 1949년 문교부 심의위원회에서 지금의 태극기를 확정하였다.

왜적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되찾기 위해 국내외에서 피 흘리던 독립투사들이 절규하고 포효하며 흔들던 태극기의 정신은 지금도 우리의 가슴에 흐르고 있다.

태극기의 흰색 바탕은 밝음과 순수, 전통적으로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의 민족성을 나타내고, 4괘는 음과 양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진취적 모습, 음과 양의 조화를 통해 우주, 하늘, 땅, 물, 불이 조화를 이루는 뜻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특징있는 국기가 곧 태극기이다.

유럽 여러 나라들의 국기를 보면 당장 비교가 된다.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유고, 러시아, 프랑스, 이태리, 헝가리, 불가리아, 룩셈부르크,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국기들은 모두 3색 기인데, 가로로, 혹은 세로로 3등분 하여 남, 백, 적, 황, 녹, 흑색을 사용하여, 색깔을 배치하였기 때문에 한 번 보면 어느 나라 국기인지 알 수가 없다. 모양으로 보나 뜻으로 보나 태극기를 따라올 국기는 없다. 내 설명이 부족하면 만국기 도감을 한번 보시라.

태극은 신라시대부터 우리 정신문화의 바탕으로 사용되었다 하니 역사가 유구함을 알 수 있겠다. 태극은 평화, 창조, 광명, 조화, 평등을 상지하고, 4괘는 천지일월을 상징하니 예로부터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였음을 알 수 있다.

운동 경기에서 우승한 선수가 태극기를 휘날리며 경기장을 돌때의 그 감동, 스탠드를 가득 메운 관중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모습, 우리가 하나가 되는 순간은 이렇게 순수하고 비장하다.

아주 오래 전, 소련의 위세가 미국과 쌍벽을 다툴 때, 스위스를 여행한 적이 있다. 여행 안내인이 ‘여기가 소련 대사관입니다’ 하는데 펄럭이는 소련기가 섬뜩하였다. 나라를 상징하는 국기의 위력이 대단함을 느꼈었다.

태극기를 직접 그려본 적은 별로 없다. 초등학교 입학 후 태극기를 그리는데 제각각, 제멋대로였지만 선생님은 가타부타 말씀도 없고 이렇게 그려라 저렇게 그려라 지도도 안 하시고 쳐다만 보셨다. 점점 잘 그릴 터이니 한꺼번에 잘 하려고 애쓰지 말라는 뜻 같기도 하였다. 국기의 소중함을 강조하신 기억도 없다. 그러나 자라면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식을 키우면서, 남을 가르치면서 국가관도 생기고 알량하지만 애국심도 생겼다. 우리를 감싸는 모태이며, 우리 몸속에 녹아든 정신이며, 생명이기 때문에 국기는 소중하다.

나는 일 년에 몇 번, 국기를 게양하는 날에는 빠짐없이 태극기를 게양한다. 60여 호되는 작은 우리 마을에 국기를 게양하는 곳은 서 너 집 밖에 안 된다. 계몽을 하지만 소용이 없다.

국가보훈처에서 광화문광장에 광복된 날을 상징하는 45.815m높이의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려고 하였는데, ‘태극기 상시 설치가 시민들 정서에 맞지 않고 주변경관과도 어울리지 않으며,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반대하며, 광복70주년 기념에 서울시장이란 자가 먹칠을 하였다. 

외국에 가 봐도 워싱턴, 마드리드 등 국가를 대표하는 광장에 국기를 상시 게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왜 광화문 광장에 국기게양대를 설치하는데 국가기관이 서울시의 허락을 받아야 하며, 세월호 천막 열 댓 개는 미관이 좋아서, 혹은 국가를 대표하는 시설물이어서 버젓이 자리를 차지하도록 허락 한 것인가? 태극기가 주변경관에 어울리지 않는 건 무엇이며, 시대흐름에 역행한다니? 이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민임을 포기한 자들이 아닌가? 국기는 우리의 얼굴이고 자존심이며 가슴 벅찬 얼이다. 나라 잃은 설움, 배 고품, 억압을 모르는 새 세대에게 태극기와 애국가는 우리의 생명임을 일깨우고, 국기와 애국가를 부정하는 무리들에게 이성을 되찾아, 아주 작은 애국심을 간직하도록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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