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사이보그 통해 인간다움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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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사이보그 통해 인간다움을 묻는다
  • 오정훈 기자  webmaster@joongang.tv
  • 승인 2019.01.3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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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알리타, 배틀 엔젤’ 포스터.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 중앙신문=오정훈 기자 | 영화 ‘알리타’ 오는 5일 개봉
‘아바타·타이타닉’ 탄생시킨, ‘거장’ 제임스 카메론이 제작
SF 만화 ‘총몽’ 원작 작품, 머리카락 한 가닥까지 표현

거장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꿈이었던 ‘알리타’ 프로젝트가 베일을 벗는다. 오는 5일 개봉하는 ‘알리타, 배틀 엔젤’은 ‘아바타’, ‘타이타닉’의 캐머런 감독이 십수 년 전부터 영화화를 생각하고 원작 만화 ‘총몽’의 판권을 산 작품이다. 2009년 개봉한 ‘아바타’보다 먼저 캐머런 감독의 눈에 들어왔지만, 당시 기술력으로는 한계가 있어 미뤄졌다. ‘아바타’ 후속편에 전념 중인 캐머런 감독은 결국 자신은 제작을 맡고, ‘씬 시티’의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에게 연출을 맡겼다.

26세기 지구. 모두가 올라가길 갈망하는 공중 도시 자렘과 지상 고철 도시에서 인간과 사이보그들이 살아가고 있다. 고철 도시의 다이슨 이도(크리스토프 왈츠 분) 박사는 어느 날 공중 도시가 쏟아낸 고철 더미에서 모든 기억을 잃은 사이보그 소녀 알리타(로사 살라자르)를 발견하고, 새로운 몸을 만들어준다. 알리타는 새로운 친구 휴고(키언 존슨)와 함께 차츰 기억을 찾아가고, 도시를 지배하는 악의 세력에 맞서 최강의 전사로 거듭난다.

이 작품은 전에 없던 강렬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킹콩’ ‘아바타’ 등의 특수효과 작업을 한 뉴질랜드 회사 웨타 디지털이 시각효과를 담당해 26세기 도시와 사이보그 캐릭터들을 생생하게 구현해냈다. 영화가 그린 수백 년 뒤 미래는 우리가 꿈꾸던 유토피아가 아니다. 영화는 고철 도시 모습만 비춘다. 공중 도시 사람들을 위해 물자를 대고, 그들의 쓰레기를 받아내는 고철 도시는 그야말로 암울한 디스토피아다.

다양한 언어를 쓰는 여러 인종의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빈곤한 삶을 살아간다. 돈을 벌기 위해 남의 몸속에 있는 기계 부품을 갈취하는 범죄가 횡행하고, 이들을 잡으려는 현상금 사냥꾼들이 밤거리를 활보한다. 고철 도시 사람들은 하늘에 떠 있는 공중 도시로 올라가길 꿈꾸지만, 목숨을 걸어도 좀처럼 닿기 어렵다.

이 영화의 백미는 인간의 뇌와 기계의 몸을 지닌 알리타 캐릭터 그 자체다. 최신 기술의 집약체라 할 수 있다. 제작진은 이 사이보그 소녀를 표현하기 위해 배우가 수트를 입고 연기하면 주위의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얼굴과 몸을 동시에 캡처하는 퍼포먼스 캡처 기술을 사용했다. 이 데이터를 바로 컴퓨터그래픽(CG) 캐릭터로 옮기는 기존 방식 대신 ‘액터 퍼펫’이라는 실제 배우와 똑같은 모습의 디지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중간 방식을 도입했다.

머리카락도 한 가닥 한 가닥을 실제 시뮬레이션을 통해 표현했다. 알리타의 지나치게 큰 눈 때문에 위화감이 들 수 있어 눈 크기를 키우면서 실제 홍채의 모양체와 돌기를 분석해 얼굴 균형을 유지했다. 속도감있는 액션도 볼거리다. 26세기라는 설정을 한껏 활용한 현란한 액션이 영화를 가득 채운다. 알리타가 고대 무술이자 격투 기술인 ‘기갑술’을 사용해 적들과 싸우는 장면은 가슴이 뻥 뚫릴 정도다. 특히 모터볼 경기 장면은 단연 압권이다.

다만 순식간에 얼굴이 잘리고 가슴이 뚫리거나 인간의 시체를 분해해 놓는 등 일부 장면은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진다. 인간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갖춘 사이보그가 보여주는 다양한 인간다운 감정은 과연 인간성이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남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아낌없이 몸을 내던지고 심장까지 내어줄 수 있다는 알리타가 인간보다 인간적인지, 그를 인간의 범주에 놓을 수 있는지 등은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다. 앞으로 기술 발전에 따라 인간의 지능과 비슷하거나 그를 뛰어넘는 인공지능(AI) 혹은 사이보그가 탄생할 때를 대비해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나서는 영웅이 여성이라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최고의 영장류라는 인간도, 남자도 아닌 알리타는 뛰어난 신체 능력과 굽히지 않는 신념으로 적들과 맞선다. 영화는 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놓고 끝난다. ‘총몽’이 다년간 연재된 작품인 만큼 속편 제작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에 대해 로드리게스 감독은 최근 내한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관객 반응이 좋으면 속편을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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