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순의 살맛나는 세상]백로와 쇠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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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의 살맛나는 세상]백로와 쇠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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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3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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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 중앙신문=중앙신문 | 동네 어귀에 있는 저수지 옆 야산에 백로와 왜가리 서식지가 있어 봄부터 가을까지 많은 수의 새들이 큰 나무 위에서 살고 있다. 멀리서 보면 눈이 내린 듯 나무가 온통 하얗게 덮여 있어, 나무의 푸른 잎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저수지 옆이니 고기도 잡아먹고 주변에 논밭이 많으니 먹을 것이 풍부해서 백로와 왜가리가 살고 있는 것 같다.

여름철새인 왜가리는 논이나 개울, 하천 등에서 생활을 한다. 유라시아대륙과 아프리카, 온대지방에서 열대지방에 걸쳐 번식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경기도 여주, 김포, 횡성군 등에서 지내고 있다.

집 뜰에 작은 연못이 있다. 손자손녀들이 놀러 오면 고기도 잡고 보트도 타게 하려고 만든 못이다. 커다란 트럭 타이어 두 개를 붙여서 서로 잘 묶어 그 위에 고무통을 얹어 타고 다닐 수 있도록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보트도 만들어 띄워 놓았다.

해마다 그 연못에 붕어와 잉어를 수십 마리씩 구해다 넣는다. 손자손녀들이 오면 연못의 고기를 보여 주기도 하고. 뒤 숲에서 베어온 대나무를 이용해 낚시질을 하게 한다. 고기가 낚여도 도로 연못에 놓아 주지만 약육강식의 심리인지 아이들은 고기가 낚이는 것을 보면 너무도 좋아한다.

어느 때부터인지 연못가에서 왜가리 몇 마리가 살고 있다. 사람이 가면 달아났다가도 금방 와서 연못을 헤집고 다닌다. 어떻게 그곳에 연못이 있고 고기가 있는 것을 아는지 참 자연의 오묘한 섭리는 신비하기만 하다.

왜가리가 큰 물고기는 잡아먹었어도 돌 틈에 숨어있는 작은 물고기는 잡아먹지 못했는지 먹이를 주면 수십 마리의 작은 물고기들이 입을 벙긋대며 먹이를 받아먹으려고 몰려들곤 한다.

집주변에 풀이 많아 벌레도 많이 모여들고 토끼도 가끔 눈에 띈다. 벌을 잡아먹으려고 벌의 천적들인 말벌과 중벌, 잠자리, 사마귀, 거미, 개구리, 두꺼비 등이 모여 들고, 이런 것들을 먹으려고 뱀도 오고 족제비와 멧돼지, 농작물을 먹어 치우는 고라니도 온다.

가을이 와서 날씨가 쌀쌀해 지니 왜가리는 남쪽으로 날아갔는지 자취를 감추었고 요즘은 겨울 철새인 쇠오리가 대여섯 마리가 연못에 떠다니고 있다. 쇠오리가 어찌나 예쁘게 생겼는지 처음에는 원앙새인 줄 알고 가슴이 다 설레었지만 원앙새는 아니고 조류도감에서 찾아보고 쇠오리로 짐작하고 있다. 연못에 이렇게 아름다운 오리가 떠다니니 꿈을 꾸는 듯 행복하기까지 하다.

쇠오리는 겨울철새로 북구에서 널리 번식하는데 우리나라는 경남 을숙도와 서울 한강 등을 찾는다. 자그마한 것이 수컷은 빛깔도 고와 언뜻 보면 원앙으로 착각할 만큼 예쁘다. 연못을 파느라 애썼고, 물고기를 사다 넣느라 돈은 들었지만 봄부터 가을까지는 왜가리, 가을부터 초봄까지는 쇠오리 이런 새들이 날아와 진을 치고 있는 것은 생각하지 않은 횡재다. 어떤 때는 청둥오리도 몇 마리씩 왔다 가기도 한다.

작년에는 미처 따뜻한 곳으로 가지 못한 겨울철새인 청둥오리가 여름에 몇 마리 노닐고 있기도 했다. 아직 살아남은 작은 물고기들이 새들의 표적이 되나보다.

시골에서 살면서 문화적인 혜택은 도시사람들보다 받지 못한다 해도 이런 신비스러운 자연의 조화를 볼 수 있어 시골 생활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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