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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품은 좀비, 고즈넉한 조선을 뒤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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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23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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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승룡(왼쪽부터), 배두나, 주지훈이 지난 21일 인터콘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제작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넷플릭스 제작 첫 한국 드라마 ‘킹덤’"
스릴러 장르 대가 김은희 작가 집필
배우 주지훈·배두나·류승룡 출연
회당 15억~20억원 제작비 투입

개미조차 발뒤꿈치를 들고 걸을 듯 조용한 궁궐과 고즈넉한 조선 팔도의 풍경. 그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활개 치는 좀비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충격이다.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제작 첫 한국 드라마 ‘킹덤’은 첫 회만 봐도 김은희 작가가 왜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선택했는지 알 수 있다.

굶주림에 찌든 백성들이 아사한 이웃의 몸으로 끓인 국을 허겁지겁 나눠 먹는 모습부터 좀비가 된 그들이 밤만 되면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보이는 자마다 물어뜯는 장면까지,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에서조차 다루기 어려웠을 내용이다.

스타 작가조차 차마 드라마화를 제안하지 못하고 만화(‘신의 나라’)로 먼저 선보였다는 이 이야기는 국가와 소재, 장르, 수위의 제약을 전혀 받지 않는 넷플릭스를 만나서야 안방극장에서 실사화될 수 있었다. 물론 넷플릭스도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딱지를 달았다. 김 작가도 강조했듯 ‘킹덤’을 단순히 ‘좀비 사극’이라고 분류하고 말기에는 아깝다.

물론 좀비라는 강렬한 소재가 있고, 영화 ‘창궐’처럼 좀비를 자신의 세력 유지에 이용하려는 간신과 그를 막으려는 세자 간 정치 싸움도 있지만 6부 내내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민초의 굶주림’이다. 초반 최고 권력인 영의정 조학주(류승룡 분)가 자신의 딸인 중전이 임신한 것을 알고 ‘적통’인 그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왕이 죽어 좀비가 된 사실을 세상에 숨기려 애쓴다. ‘지존 좀비’ 하나를 은폐하는 데 급급한 궐내 모습은 이미 수도 헤어라기 어려운 ‘민초 좀비’로 쑥대밭이 된 동래(현 부산)와 크게 비교된다.

늘 대궐에서는 조학주에 밀려 나약하기만 했던 세자 이창(주지훈)이 살기 위해, 그리고 궁궐 속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촌에 내려오면서 비로소 성장하게 되는 것도 역설적이다. 권문세족이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고, 그로 인해 좀비가 된 민초들과 그 현실을 마주하고 성장해나가는 세자의 이야기는 보기에 따라 단순하고 전형적인 플롯일 수 있다. 그러나 사극 장르에 좀비라는 특수 소재를 결합한 만큼 이 이상의 복잡한 플롯은 이야기 집중도를 흐트러뜨렸을 것으로 보인다.

연출 면에서도 흠잡을 데를 크게 찾기 어렵다. 드라마이지만 회 당 제작비만 15억~20억원에 이를 정도로 넷플릭스의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데다 영화에서 활동하던 김성훈 감독이 손잡은 덕분에 웬만한 영화보다 나은 화면을 자랑한다. 군데군데 세자와 호위무사(김상호)의 유머러스한 장면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음울함과 잔인함, 긴장감이 극을 지배한다. 좀비들 역시 영화 ‘부산행’이나 ‘창궐’에서보다 충격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며 살육 현장도 대학살, 몰살에 가깝다.

특히 동래 지율헌에서 풀려난 좀비들이 밤이 되자 한꺼번에 깨어나 주변을 물어뜯는 장면은 머리털을 곤두서게 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서 아시아 취재진을 대상으로 1·2회를 먼저 상영했는데, 외신 기자들의 반응이 국내 기자들보다 흥미로웠다. 그들은 “제대로 미쳤다”, “너무나 잔혹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세자 역의 주지훈에 대한 관심도 컸다. 영화 ‘신과 함께’, ‘공작’, ‘암수살인’ 등으로 승승장구 중인 그는 넷플릭스로 날개 하나를 더 단 셈이 됐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이창의 성장기를 깔끔하게 그려냈다. 영의정 역의 류승룡과 대척점에 서서 다투는 장면에서도 긴장감을 유지하며 극을 견인했다. 이미 외국에서 자주 활동해온 배두나는 첫 사극 도전으로 해외 팬들에 새로운 인상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넷플릭스는 일찌감치 ‘킹덤’ 시즌2 제작을 발표했을 만큼 이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킹덤’을 시작으로 한국의 우수한 이야기꾼들과 연출가, 배우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나선 넷플릭스가 국내외에서 또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webmaster@joongang.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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