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신문=박승욱 기자 | 박남춘 인천시장의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한 인수위원들이 시 출자·출연기관 기관장으로 발탁되는 사례가 늘자 인사검증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17일 성명에서 "인천시설공단 이사장에 박남춘 시장 캠프 관계자 중 측근 인사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일고 있다"며 "인천시설공단은 체육·문화시설, 주차장·공원 등을 운영하며 시민 삶과 밀접한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기 때문에 이사장에 대한 인사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인천시설공단 이사장 내정자로 거론되는 인물은 전직 인천시의원 A(51)씨로, 작년 6월 지방선거 직후 약 2주간 운영된 인수위원회에서 인수위원으로 활동했다. 공단 안팎에서는 시설공단 업무와 관련된 경력이 별로 없는 A씨의 이사장 내정설에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온다. 시설공단은 지하상가·아시안게임경기장·인천가족공원·어린이과학관 등을 운영하는 기관으로, 직원이 약 1000명에 이르는 대규모 조직이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시설공단 이사장 자리는 그동안 시청 고위 공직자들이 퇴임 전 마지막으로 거쳐 갔던 곳으로 비전문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라며 "공단 이사장에 대한 인사검증을 위해 박남춘 시장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공단 신임 이사장은 이달 말 결정된다. 1월 21일까지 지원자 신청서를 접수하고 임원추천위원회가 이사장 후보자를 2배수 이상 선정해 추천하면, 임명권자인 박 시장이 최종 임용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인수위 참여 인사가 출자·출연기관 대표로 부임한 사례는 현재까지 2차례 있었다. 인수위 공약과제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이성만 전 시의원은 작년 10월 송도아메리칸타운(SAT) 대표로 부임했고, 인수위원을 지낸 유해숙 서울사회복지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달 초 인천복지재단 대표로 임명됐다.
출자·출연기관 대표까지는 아니어도 인수위 참여 인사 상당수는 인천시 간부 자리를 꿰찼다. 김은경 대변인, 장훈 미디어담당관, 백수현 중앙협력본부장, 김동현 평가담당관, 이종우 시민정책담당관 등 5명은 모두 인수위 출신들이다. 이들은 인수위 운영이 종료되고 약 한달여 뒤인 작년 8월 인천시 개방형 직위 공개 모집에서 합격해 서기관급(4급) 직급을 차지했다.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낸 허종식 전 인천시 대변인은 균형발전정무부시장으로, 박준복 전 참여예산센터 소장은 시장 재정특별보좌관으로 기용됐다. 이를 놓고 시장 측근이라는 이유로 전문성이나 도덕성 검증도 없이 중용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천경실련은 최근 성명에서 "논공행상식 기관 설립은 물론이고, 설립된 기관에 낙하산 인사까지 감행해 논란"이라며 "출자·출연기관의 설립 타당성뿐만 아니라 통폐합 논의까지 포함된 공개 검증 절차를 우선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시장의 비전과 철학을 잘 이해하는 주변 인사들이 공직사회 내부에 적절하게 배치됨으로써 시정 발전의 추진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시청 내부에서는 권위적인 역대 시정부 인수위 출신 인사들보다는 박 시장 인수위 출신 간부들이 위화감이나 이질감 없이 업무 중심으로 공무원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여론도 있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낙하산 인사나 논공행상 인사는 그것 자체로도 비판받을 수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결국 그 자리에 맞는 전문성을 지닌 인사를 기용하느냐의 문제"라며 "그런 차원에서 공사·공단, 출자·출연기관의 전문적 운영을 위해 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인사검증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