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순의 살맛나는 세상]외국인 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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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의 살맛나는 세상]외국인 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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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0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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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 중앙신문=중앙신문 | 마을에 나이 든 사람들만 남아 있으니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웬만한 일은 기계가 하니 품앗이도 없어졌다.

일손이 딸려 종종 우리나라에 일하러 온 외국인에게 농사일을 부탁한다. 직업소개소에서 일할 사람을 찾으면 거의 외국인을 보내준다. 어쩌다 우리나라 사람을 만나면 행운을 얻은 듯 그날은 하루 종일 마음이 놓인다. 대개 농사짓던 사람들이라 할 일을 시키지 않아도 척척 알아서 하고, 먹는 것이 같으니 여러 가지로 편하다. 외국인은 일의 내용도 모르고, 일의 앞뒤를 몰라 통하지 않는 언어로 손짓 발짓으로 일을 시키느라 답답하기는 서로 마찬가지다.

중국에서 농사를 짓던 조선족이 오면 다행인 것은 생활양식이 비슷한 동포끼리라 일을 맡기기가 수월하다.
동남아 쪽의 사람들은 순박해서 정이 가긴 하는데, 하루 종일 따라 다니며 일을 시켜야 하므로 피곤하다. 카자흐스탄 쪽에서 온 사람들은 기운이 좋아 조금 나은 편이다. 얼마 전 태국에서 온 사람은 한국말이라고는 ‘밥’ 밖에 할 줄 몰라 애를 먹었다. 굶지 않게 하려고 누군지 ‘밥’이라는 말부터 가르친 것 같다.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무얼 주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갈비탕을 사 먹였다.

나도 외국에서 몇 년 간 살았던 경험이 있어 외국인이 오면 더 살갑게 해 주고 싶은 마음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풀을 베라고 시키면 어느 틈에, 애지중지 기르고 있는 화초나 나무도 베어 놓고, 바짝 잘라야 되는 풀을 엉성하게 대충 잘라서 뒤돌아서면 그대로인 것 같다.

그들도 자기 나라에서는 훌륭한 문화 속에서 살았을 텐데, 낯선 외국에 나와서 전혀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려니 어렵고 힘이 들 것이다. 그들이 편안하게 잘 적응하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려면 하루빨리 우리나라의 언어와 글을 배워야 편하게 살 것인데, 하루하루 노동으로 살아가야하니 언제 우리 문화에 익숙해질 것인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나라가 다른 사람끼리 서로 이해를 하기가 어려워 똑같은 일이라도 다르게 해석이 되어 얼마나 힘들 것인가. 열심히 하면 계속 그 사람을 쓰게 된다. 우리나라 문화에 적응이 되지 않았어도, 성실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 주면 일거리는 얼마든지 있다. 외국인이라는 생각을 하면 그들에게 향한 불편함이나 불평은 할 수가 없다.

우리 동네에도 여러 명의 외국 며느리들이 있고, 비닐하우스나 버섯농장, 화훼농장, 양봉장에서 일하는 외국인도 많다. 모두 말없이 적은하고 잘살고 있다. 이들을 보고 있으면 세계 각국에 나가 살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이 그려진다.

휴일에 시내에 나가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고, 외국인들만 여기저기 삼삼오오 짝을 지어 돌아다닌다. 일주일 내내 일하고 고향 친구와 만나며 고향 음식도 함께 먹는 향수 때문일 것이다. 지방 도시인 이곳에도 이렇게 외국인이 많으니 나라 전체에는 얼마나 많은 외국인이 살고 있을까. 이제는 다문화시대가 된 현실을 직시하고,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그들을 대하고, 보듬어 안아 주면서 외국인이라는 생각을 마음속에서 털어내고, 우리 이웃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주어야 한다.

어떤 사람이 와서 일을 할까보다는, 누구라도 와서 마음 편히 즐겁게 일을 하고 갈 수 있는 농장을 만드는 것이 우선일 것 같다. 열심히 일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난다. 어렵게 돈 벌러 왔으니 모두 목적한 바를 잘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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