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다시 들어도 전율·또 봐도 소름”… 왜 지금 QUEEN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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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이슈]“다시 들어도 전율·또 봐도 소름”… 왜 지금 QUEEN 인가?
  • 박승욱 기자  psw1798@hanmail.net
  • 승인 2018.12.0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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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신문=박승욱 기자 | 영화·음악 ‘보헤미안 랩소디’ 세대 불문 인기 열풍
앨범 판매량 급증·트리뷰트 밴드 공연도 매진 행진
두번 이상 관람하는 N차 관람으로 관객 600만 돌파
“음악 스타일·무대 퍼포먼스, 신명 추구 한국인 취향 저격”

소규모 이벤트 회사에 다니는 김영대(48) 씨는 최근 노래방에서 동료들과 회식하면서 엔딩곡으로 영국 록그룹 퀸의 ‘위 아 더 챔피언스’를 선곡했다.
김씨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본 뒤 여운이 남아 유튜브에서 퀸 영상을 샅샅이 찾아봤다”며 “고(故) 신해철 씨가 생전 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영국 회식 엔딩곡이라고 한 얘기가 떠올라 골랐는데 20대 직원까지 함께 불렀다”고 말했다.

퀸 일대기와 보컬 프레디 머큐리 삶을 다룬 음악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잔상이 생활 곳곳에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다. 세대를 불문하고 퀸 음악 ‘체험담’은 SNS 타임라인에서 쉽게 접한다. ‘퀸망진창’(퀸과 엉망진창의 합성어), ‘퀸알못’(퀸을 알지 못하는 사람) 등 인터넷 신조어도 생겨났다.

노래를 따라부르는 싱어롱 상영 인기와 같은 사람이 두 번 이상 관람하는 N차 관람으로 ‘보헤미안 랩소디’는 관객 600만 명을 돌파해 국내 개봉 음악 영화 1위로 올라섰다.
더욱 값진 대목은 2000년대 들어 만성 침체기이던 팝 시장에도 생기를 불어넣었다는 점이다.

각종 음원차트에는 퀸 노래가 진입했고, 이들의 음반도 다시 팔려나갔다. 지상파 방송까지 신드롬에 가세해 ‘방구석 1열’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다. MBC가 지난 2일, 퀸이 출연한 1985년 7월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자선 콘서트 ‘라이브 에이드’(Live aid)를 내보내자 재방송 요청이 빗발쳤다.

왜 다시 퀸인가.

◇ ‘퀸알못’도 빠져든다…퀸이 이룬 세대 통합

신해철은 생전 자신의 라디오 퀸특집에서 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 다 알고 있진 않은 것 같은 밴드”라고.
지금의 40·50세대에는 LP와 카세트테이프를 뜯으며 ‘손맛’까지 새록한 추억의 밴드이고, 퀸을 모르던 20·30세대에게 이들의 노래는 축구 등 각종 스포츠 경기와 광고에 삽입돼 친숙하다.

그러나 정작 퀸의 전기와 음악 역량, 인종과 성 정체성 면에서 소수자던 프레디 머큐리의 삶은 젊은 날 퀸 ‘덕후’(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줄임말로, 광팬이란 뜻)에겐 잊혔거나 지금 세대엔 신선한 지점이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압축해 풀어낸 명쾌한 내러티브에 러닝타임 134분은 순식간에 흐른다.

극장에서 만난 한 30대 커플 중 남성은 “둘 다 ‘퀸알못’이었다”며 “그런데 꽤 익숙한 음악은 지금 들어도 무척 세련됐고 가사도 유니크했다”고 말했다. 여성은 “’파키’(파키스탄인을 경멸한 표현)라고 조롱당하던 프레디 머큐리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거대한 환호를 받으며 ‘에~오’라고 관객과 호흡하는 장면에서 소름이 돋았다”라고 거들었다.

퀸 신드롬은 스크린에서 온라인 입소문으로, 다시 방송·음반·공연 시장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모양새다.
팝 불모지인 음원차트에는 ‘보헤미안 랩소디’가 역주행으로 팝차트 1위에 올라섰고, 음반도 기존과 견줘 10배가 팔려나갔다.

퀸 음반 유통사인 유니버설뮤직 관계자는 “영화 OST가 알라딘과 예스24 등에서 2만장 넘게 팔렸다”며 “또 OST 음반과 팝콘 등을 결합한 콤보 세트도 CGV와 메가박스 등 극장마다 완판 행진이다. 석장 CD를 묶은 ‘그레이티스트 히츠’ 등 예전 앨범들도 한 달에 100장 정도 팔렸다면, 지난달에만 2000장 넘게 판매됐다. 퀸 공식 티셔츠도 재생산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극장을 넘어 퀸 음악을 즐기는 곳도 활기를 띤다. 20여년 된 퀸 트리뷰트 밴드인 ‘영부인밴드’가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 롤링홀에서 연 프레디 머큐리 27주기 추모 공연 티켓 역시 매진됐다. 퀸과 싱크로율을 높인 멤버들의 퍼포먼스에 관객들은 노래를 함께 부르며 즐겼다.

마포구 서교동 한 LP바 사장은 “퀸 음악을 신청하는 손님들이 확연히 늘었다”며 “퀸 음악을 생생한 사운드로 들으려고 찾는 20~30대 손님이 꽤 된다”라고 말했다.

실제 ‘보헤미안 랩소디’는 20~30대부터 중장년 관람객까지 고른 분포를 나타냈다.
CGV리서치센터 분석에 따르면 ‘보헤미안 랩소디’를 본 관람객은 10월 31일부터 12월 3일까지 20대가 32.5%, 30대가 25.9%, 40대가 24.4%, 50대가 13.6%로 나타났다. 재관람률은 이 기간 ‘톱 10’ 평균인 3.2%보다 두 배 이상 높은 8.1%에 달했다.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세대를 아울러 친숙한 히트곡이 있는 ‘올타임 레전드’란 점이 영화 흥행의 주요 원인”이라며 “특히 퀸 음악 스타일과 무대 표현 방식은 흥이 있는 한국인 취향에 맞는 스타일”이라고 평했다.

이는 젊은층에도 이질감이 없다. 김 평론가는 “여러 장르가 결합한 하이브리드 음악, 프레디가 영화에서 자신을 ‘퍼포머’라고 칭하듯 화려한 무대 표현 방식이 지금 세대가 소비하는 음악과 흡사한 부분이 많다. 퀸은 무대가 주는 매력이 가장 큰데, 감독이 연출로 잘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팍팍한 삶이 버겁고 ‘아웃사이더’라고 느끼는 이들에겐 ‘위 윌 록 유’나 ‘위 아 더 챔피언스’ 같은 진취적인 곡들이 응원가처럼 들리기도 한다. 영화 속 프레디 머큐리는 대형 레코드사 EMI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으면서 무명 밴드 퀸을 이렇게 소개한다. “우린 부적응자를 위해 연주하는 부적응자들이죠. 세상에서 외면당하고 마음 쉴 곳 없는 사람들, 우린 그들의 밴드입니다.”

◇ 혁신적인 변주·무경계 음악…퀸의 재발견

‘보헤미안 랩소디’를 통한 재발견은 퀸의 변주하는 무경계 음악, 개성있는 코스튬을 장착한 프레디 머큐리의 퍼포머로서의 강렬한 에너지다. 물론 영화 도입부처럼 퀸은 출발이 미비했다. 1970년 무명 밴드 스마일로 활동하던 천체물리학 전공인 브라이언 메이(기타)와 치의대생 로저 테일러(드럼)는 보컬 팀 스타펠이 나가자 프레디 머큐리를 영입한다. 밴드는 프레디 머큐리 제안으로 이름을 퀸으로 바꾸고 전자공학도 존 디콘(베이스)이 합류해 4인조로 꾸려진다. 남자 넷인 밴드 이름이 킹이 아닌, 퀸이라니….

1973년 데뷔한 이들 초기작인 1집과 2집은 우리에게 친숙한 히트곡과는 만듦새가 꽤 다르다.신해철은 과거 라디오에서 “퀸은 3집 ‘킬러 퀸’이 인기를 얻으며 이름을 얻었다”며 “앞서 두 장의 앨범은 공격적이고 실험적이고 아트록 분위기를 띠어 재미있다”고 평했다.

영화 속에서 멤버들은 공식에 얽매이지 않고 장르와 경계를 넘나든다. BBC의 립싱크 요청에 반기를 들고, 장르와 곡 길이 등 상업적인 코드에 맞추자는 음반사 으름장에도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그렇게 태어난 메가 히트곡이 아카펠라와 오페라, 하드록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지는 6분짜리 광시곡 ‘보헤미안 랩소디’다.

이 곡은 국내에서 1989년까지 금지곡이었다. ‘마마 저스트 킬드 어 맨’(Mama just killed a man) 등 살인을 묘사한 가사 탓. 물론 가사 해석은 분분하다.

록밴드 시나위 신대철은 SNS에 “중학교 때 처음 들어봤지만 지금 들어도 전율이 인다”며 “음악적 구성은 가히 혁명적이다. 아카펠라로 시작해 발라드와 하드록, 심지어 오페라까지 등장하는 천재적 구성, 정교한 연주와 보컬 화음은 흠잡을 데 없이 놀라움을 넘어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라고 설명했다.

퀸은 ‘섬바디 투 러브’, ‘위 윌 록 유’, ‘위 아 더 챔피언스’, ‘돈트 스톱 미 나우’, ‘라디오 가 가’ 등 히트 행진을 이어간다. 음악은 한가지로 규정하기 어려울 만큼 다채로운데, 이상적인 밴드의 전형처럼 싸우면서 합을 이룬 각 멤버의 역량이 살아난 결과다. 일례로 ‘쿵쿵 짝, 쿵쿵 짝’이란 단순한 리듬의 ‘위 윌 록 유’는 공연장 관객에게서 영감받은 브라이언 메이가 만들었다.

영화 속에서 멤버들의 개성과 치열함이 잘 살아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 그러나 프레디 머큐리의 이 대사로 어느 정도 갈음은 된다. 솔로 앨범을 위해 잠시 밴드를 떠난 프레디 머큐리는 팀에 복귀하면서 이기적이고 오만한 자신을 반성하며 말한다. “(솔로 작업을 한) 뮌헨에선 모두 내 말대로 했어. 로저처럼 반대도 안 하고, 브라이언처럼 수정도 안 해줘.”

실제 생전 인터뷰에서 프레디 머큐리는 같은 맥락의 코멘트를 했다.

“퀸 앨범은 작은 솔로 앨범들의 집합체죠. 4개의 솔로 앨범을 하나로 묶은 것과 다름없어요. 저희가 작곡한 노래들이 다 비슷했다면, 어느 순간 지겨워져서 혼자 앨범 만들려 했겠죠. 하지만 각자 스타일이 있어 딱히 그만둘 이유가 없어요.”

재결합한 퀸이 오른 전설의 무대는 웸블리 스타디움과 미국 필라델피아 존 F. 케네디 스타디움에서 공연한 ‘라이브 에이드’다.

아일랜드 출신 뮤지션 밥 겔도프가 에피오피아 난민 기아 문제 해결을 위해 기획한 기금 마련 콘서트로 데이비드 보위, 폴 매카트니, 엘튼 존, 레드 제플린, 스팅 등 당대 빅스타들이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콧수염에 흰색 민소매 셔츠와 블루진을 입은 프레디 머큐리가 이 무대에 오른 장면은 영화 엔딩이자 백미다. 그의 두 손은 피아노 건반 위에서 수려하게 춤을 추고, 마이크를 요술봉처럼 휘두르며 관객에 마법을 거는 퍼포먼스는 실제 공연 장면을 눈으로 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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