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순의 살맛나는 세상]개미와의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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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의 살맛나는 세상]개미와의 동거
  • 중앙신문
  • 승인 2018.11.0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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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수백 마리의 개미가 한 줄로 행진을 하고 있다. 꿀은 만지기만 하면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니 작업장에 꿀을 먹으러 먼저 온 개미가 연락을 했나보다, 개미들이 질서정연하게 줄을 지어 오고 있다.

벌은 춤으로 꿀이 있는 곳을 동료들에게 알려주는데, 개미는 날개가 없으니 어떤 방법으로 동료들과 의사소통을 하는지 궁금하다.

꿀이 든 양념통을 느슨하게 닫아 놓았더니 개미가 통 안으로 새까맣게 들어가 모두 건져내기는 했지만 흙에서 사는 생물이라 먹기에는 영 찜찜하다.

집 주변이나 밭에 집을 짓고 사는 개미는 종류가 많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개미도 있고, 1㎝나 되는 큰 개미도 있다. 꿀을 먹으려고 벌통에 집을 짓는 개미는 2㎜정도의 작은 것이고, 집으로 들어오는 개미는 그보다 큰 5㎜정도다. 개미도 다른 종류와 영역을 정해 놓고 서로 침점하지 않고 사는 것 같다.

개미는 농사도 짓고, 먹이도 길러 먹는다는데, 요즘 같은 가뭄에 잘 견딜 수 있는지 궁금하다. 집 주위 밭이나 연못가에 둑이 무너지지 않도록 부직포가 여기 저기 덮여 있어 그 밑은 개미들의 소굴이다. 그것을 들추어 보면 종류별로 수많은 개미들이 집을 짓고 살고 있다.

벌 때문에 농약을 치지 못하고 사니 집 주변에 수많은 개미가 돌아다니고 있다. 없애려고 애도 써보지만 여전히 눈에 많이 띄고 있어 개미와의 동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개미가 좋아하는 음식만 잘 단속을 하면 집안에까지 들어오는 경우는 드무니 그나마 다행이다. 개미와의 동거는 삶이 끝나는 날 함께 끝날까.

곤충이나 짐승, 사람들 모두 꿀을 좋아하지 않는 종이 없다. 벌은 꿀을 모으고 개미는 꿀을 먹으러 모여들고, 짐승은 꿀을 찾아 헤매고, 사람은 꿀 한 방울이라도 더 얻으려고 온 힘을 쏟는다.

벌을 키우면서 제일 골칫거리는 개미들이 벌통 속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고 지어 놓은 채, 꿀을 착취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꿀벌은 워낙 깔끔한 곤충이라 내역봉이(알아서 나와 성충이 되어 보름간 밖에 나오지 않고 통안 에서 일을 하는 벌) 새끼를 먹이고 여왕벌을 돌보면서 늘 집안을 살피고 깨끗하게 청소하며 정리하고 수리를 하는데 왜 개미집은 그대로 두는지 알 수가 없다. 벌통 안에서 개미집이 눈에 뜨일 때마다 떼어 내지만 금방 또 다시 짓는다. 개미의 지능이 사람보다 나은 것인지, 생존하기 위한 필사적인 방법인지 알 수가 없다. 벌통 가에 소금을 뿌려 개미를 막아보지만 별 효과가 없다. 제일 쉬운 방법으로 약을 써서 없앨 수도 있지만 약을 쓰지 않으려 하니 개미와 겨루어 이기기가 어렵다.

오랫동안 머리를 쓰다가 우리 집 식탁에 얹혀 있는 유리 덮개에서 방법을 생각해 내었다. 식탁의 테두리보다 유리덮개가 7㎝ 정도 넓어 그곳에 개미가 좋아하는 음식이나 꿀이 있어 유리를 기어오르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미끄러져 도저히 올라오지를 못한다. 개미는 유리에 거꾸로 붙어 유리로 올라와야하는데 그것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헌집을 뜯어 싸게 파는 중고품 가게에서 유리판을 사왔다. 벌통이 놓일 바닥을 깨끗이 청소하고 벽돌을 깔고 유리판을 올려놓은 뒤 그 위에 벌통을 놓았다. 벌통이 흙과 닿지 않으니 흙이 튀지 않아 깨끗하고 개미가 유리판 위를 올라오지 못하니 일석이조이면서 보기에도 상쾌하다.

벌들도 깔끔하게 정리가 된 주변일 지내기에 편할 것이다. 벌을 위협하는 여러 가지 천적이 있지만 우선 개미가 덤비지 않으니 살 것 같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살이지만 그 속에서 편히 지낼 수 있는 생각들을 건져 올려 시행할 수 있는 것도 사람이 가진 재주 중의 하나다.

양봉장에 들어설 때마다 유리판이 깔려 말끔해진 벌통 주위를 보는 기분이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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