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순의 살맛나는 세상]움직이는 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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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의 살맛나는 세상]움직이는 보석
  • 중앙신문
  • 승인 2018.09.2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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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우리 집 연못에 비단잉어 십여 마리가 살고 있다.

그 빛깔이 아름답고 떼로 몰려다니면서 활기차게 노는 모습이 마치 보석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흰 바탕에 붉은 옷, 혹은 검은 옷을 입은 녀석도 있고, 흰빛과 붉은 빛, 검은빛이 보기 좋게 어우러진 것, 아주 하얗거나 노랑 일색이기도 하다. 비단 잉어가 어떻게 옷을 입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일본에서는 비단잉어에 대한 관심이 많다. 세계적인 수출국이기도 하다. 비단잉어를 ‘움직이는 보석’이라고 이름을 붙인 사람은 일본인 월원(越原)이다. 해마다 11월부터 3월까지는 비단잉어 품평회가 열리며 많은 관심을 보인다. 잉어를 보는 재미로 기르는 일이니 돈으로 따지거나 옷이 예쁘지 않다고 하는 것은 우리처럼 아마추어에게는 먼 얘기다.

남편의 취미는 벌과 비단잉어 기르기, 연꽃 가꾸는 일이다. 퇴직 후 시골로 내려와 벌 기르기와 연꽃 가꾸는 일이 안정이 되니, 그동안 꿈꾸어 왔던 비단잉어를 기르기 시작했다.

서울서 아파트에 살 때 비단잉어 십여 마리를 길렀는데 시골로 내려오면서 여의치 않아 이웃에게 분양해 주고 수조만 옮겨 왔다. 수조를 볼 때마다 비단잉어 생각이 많이 나는지 계속 연못을 파서 잉어를 기르겠다는 욕심을 비쳤다.

수십 여 년 간 비단잉어를 기르고 있는 남편의 친구 분이 제법 자란 고기 십여 마리를 분양해 주었다. 거기에 그보다 작은 것을 색깔별로 십여 마리 사서 보탰더니 제법 움직이는 보석이 늘었다.

집 앞에 연못을 만들고 수십 마리의 비단 잉어를 집어넣었지만 흐린 물 때문에 잉어가 보이지 않아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오며가며 붕어를 보려고 애를 쓰지만 고기는 보이지 않았다. 왜가리와 백로가 호시탐탐 연못가를 맴돌고 있다. 30여 마리 중 잡혀 먹히고 십여 마리만 남아 할 수 없이 연못에 그물망을 쳐 놓았다. 그물망이 시야를 가린다.

물 속에서 노는 고기를 보려면 물이 투명하게 맑아야 하기에 비단잉어를 겨울을 날 연못으로 옮겨 놓고, 연못 벽에 돌을 쌓고 바닥에 자갈을 깔아 놓으니 못 속이 한 눈에 들어올 만큼 깨끗해졌다.

비단잉어는 영상 7도면 먹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으며, 2~3도 이하에서는 얼어 죽는다. 겨울을 날 못은 바닥을 깊이 파서 커다란 둥근 고무통을 묻어 놓고, 비닐로 지붕을 만들어 추위에 잘 견딜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다.

날씨가 조금 쌀쌀해지자 먹이에 입도 대지 않기에 비단잉어를 겨울연못으로 옮겼다. 모두 옮긴 줄 알았는데 잉어를 기르는 연못과 연을 기르는 연못이 붙어 있어 그랬는지 경계를 튼튼히 만들어 놓았는데도 고기 두서너 마리가 연못 쪽으로 넘어 가서 헤엄을 치고 있다. 연이 수면을 모두 덮었고 흙탕물이 가득 차 있는 연못에 검은 점과 붉은 점, 흰 점이 보이는 여러 색깔을 가지고 옷을 잘 입은 듯한 비단 잉어들이 언뜻 언뜻 보인다. 겨울을 날 집으로 보내려고 할 수 없이 연이 있는 연못에 물을 다 뺏다.

봄부터 여름내, 가을까지 왜가리와 백로에게 잡아먹히지 않게 하려고 수시로 감시를 하며 먹이도 잘 주고, 정성을 다해 기른 탓인지 고기들이 그동안 많이 자라 팔뚝만해졌다.

어디를 가던 연못이 있는 곳에 비단잉어가 눈에 띄면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경주 한옥 마을에 갔을 때 동네 가운데로 흐르는 작은 개울 맑은 물속에 떼 지어 다니는 잉어들이 참 보기 좋았다. 잉어들이 사람 손에 의해 부화가 잘되고, 어떤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호강도 하고 고생도 한다. 남편은 매일 아침저녁 둘러보면서 정성을 다 해 보살펴주고 있다.

사람의 힘에 자연의 아름다움이 더해지면서 보기 좋은 그림이 연출된다. 봄이 되어 겨울을 난 잉어들이 맑은 못으로 옮겨져 헤엄치는 모습이 움직이는 보석을 보듯이 눈을 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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