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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잉어 긴급 이송작전
  • 중앙신문
  • 승인 2018.09.0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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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 (수필가,칼럼위원)

오늘도 비단잉어 한 마리가 죽어서 물에 떠있다.

중간 크기의 비단잉어 30여 마리가 개들의 보호를 받으며 잘 자라고 있었다. 못에 물을 공급해 주던 작은 골짜기의 물이 극심한 가뭄에 바짝 말랐다. 신선한 물을 넣어 주지 못해 고인물이 썩어 가고 있어 산소부족으로 죽은 것 같다. 그동안 실오라기만큼 흐르던 물로 근근이 목숨을 부지해 왔는데 그나마 말라버려 생명을 이어가기가 힘들었나보다. 살기 위해 발버둥 치다가 힘겹게 죽었을 고기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물에서 시궁창 냄새가 나고 고기가 죽고 있어 공기유입기로 산소를 넣어 주었지만 별 효과가 없는 것 같아 그저 바라보며 애만 태울 뿐이다. 먹을 물도 모자랄 판이니 못에 물을 대준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죽은 잉어를 화초 밑에 묻어 주고 있는 남편의 마음이 영 편치 않은 것 같다.

다음 날에도 고기가 죽었나 가보니 한 자는 되는 살모사 한 자는 되는 살모사 한 마리가 물에서 헤엄을 치고 있다. 사람이 얼씬하면 돌 틈으로 숨어버린다. 잡기도 힘들고 잘못 건드려 물리기라도 하면 큰일이니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대로 두면 간신히 목숨을 이어가고 있는 잉어들이 해를 입을 것 같다. 독사 잡기에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짜내다가 큰 나뭇가지를 쳐주는 전정가위로 헤엄치고 있는 뱀을 재빨리 들어 올려 처리를 했다.

벌에 해가 될까봐 농약을 치지 않으니 곤충과 개구리, 생쥐, 두더지까지 온갖 생물들이 판을 치고 산다. 그 때문인지 뱀도 함께 살고 있다. 멸종위기종인 먹구렁이, 황구렁이, 무늬도 화려한 꽃뱀, 거기에 까치독사와 살무사까지 자주 눈에 띈다. 독이 없는 뱀은 그냥 놓아두지만 독사는 죽이지 않으면 사람이 해를 입으니 할 수 없이 눈에 띄면 처치를 한다.

우리에 갇혀있는 개도 있고, 집에서 밥을 얻어먹고 사는 고양이도 몇 마리 있으며, 연못에 비단 잉어도 많이 살고 있어 그것들의 생명을 지켜 주려면 독사는 가차 없이 없애버려야 한다. 혹시 죽은 고기들이 독사한테 물린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떠오른다.

집에 귀한 손님들이 오신다는데 골짜기에 물이 말라 답답해서 작은 양의 물이라도 고일 수 있도록 장치를 해 놓았다. 이 가뭄에 어떻게 살았는지 손바닥만큼 큰 가재 두 마리가 기어 다니고 있기에 신기해서 손님들께 보여 드리려고 잡아서 물통에 넣어 놓았다.

밤에 동물이 와서 입을 댈까봐 플라스틱 대야에 구멍을 뚫어 숨을 잘 쉴 수 있도록 덮어 놓았다. 손님이 오시는 날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가재한테 가보니 두 마리 다 죽어있다. 얼마나 미안한지 죽은 가재를 한참이나 들여다보았다. 사람의 욕심 때문에 가뭄에도 잘 살고 있는 가재를 죽게 만든 것을 생각하니 안쓰러운 마음이 한참을 가시지 않는다. 손님들이 보고난 후에 바로 놓아주려고 했는데 그새 죽어버렸다. 물도 넉넉히 충분한 공간 속에 넣어 놓았는데 왜 죽었는지 모르겠다. 살고 있던 여건이 바뀐 것이 생명을 잃을 만큼 힘들었나 보다.

비단잉어도 그대로 두면 다 죽어버릴 것 같아 환경이 나은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연이 가득 자라고 있는 못은 연꽃의 정화작용으로 물빛은 흐려도 물은 신선하다. 못에 물을 빼고 고기를 일단 연못으로 다 옮겼다. 갓 태어난 손톱만한 고기들은 잡히지도 않거니와 아주 작아 큰 고기들보다 산소가 부족해도 잘 살 것이기에 그냥 두었다.

한가한 시간이 생겼을 때 유일한 낙이 비단잉어 헤엄치는 모습을 들여다보는 일이었다. 연 사이로 숨기도 했고, 물도 흐려서 고기를 볼 수 없지만 긴급 이동작전으로 고기들을 살렸으니 걱정을 덜었다. 연이 무성하니 늦가을 대와 잎이 스러질 때까지는 잘살 것이다. 그때까지 고기들의 모습을 볼 수 없는 기간이 길지만 생명을 살린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될 것 같다.

마음을 놓은 일도 잠시, 개집 옆 못에 있을 때는 얼씬도 못하던 백로 두 마리가 물고기 냄새를 맡았는지 연못을 휘저어 한창 꽃을 피우고 있는 연을 전부 부러뜨리고 망가트려 놓았다. 왜가리와 해오라기, 물총새까지 사람만 보이지 않으면 아예 못 근처에 진을 치고 산다. 비단잉어가 이사하는 것을 보았는지 따라왔다. 새들은 신이 났지만 비단잉어들은 잡혀 먹히지 않으려고 얼마나 몸부림을 치고 있을까.

생명을 지키는 일은 사람이나 동물, 곤충, 식물 모두 소중하니 잘 살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좋은 환정은 자연을 자연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 가장 최선이라 하지만, 희비의 곡선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세상 돌아가는 이치이니 어쩌랴. 천재지변이나 인재로 인한 피해나 마음이 아프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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