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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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에 빠지다
  • 중앙신문
  • 승인 2018.08.2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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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 (수필가,칼럼위원)

요즘 노래에 빠져 지내는 생활이 즐겁다.

노래 잘하는 사람을 부러워하면서 평생을 살아왔다. 혹시 노래를 배우면 잘할 수 있을까 노력도 해보았지만 헛일이었다.

노래교실에도 다녀보고 판소리와 민요도 배워보려고 했으나 시간만 허비했다. 타고난 재주가 없으니 조금도 나아지는 기미가 없어 조금씩 하다 그만 두었다.

노래교실에서 강의를 하는 어느 가수 얘기로는 세상에 음치는 없다지만 나 같은 음치가 존재한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노래가 되지 않으니 북과 장구 치는 법을 배우려 했지만 그것도 절대음감이 없는 탓에 돈만 없앴다. 노래에 소질이 없으니 음악을 듣는 것도 열성이 나지 않았다. 잔뜩 사놓고 잘 듣지도 않는 클래식과 가곡, 가요 등의 CD가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노래와 인연이 없다 생각하고 오랫동안 노래를 멀리하고 있다가 요즘 나이 들어가는 허전함을 달래려고 노래를 듣는 쪽으로 관심을 가졌다.

숨 가쁘게 살아온 날들을 뒤돌아보며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 좋다. 클래식을 틀어 놓고 일을 하기도 하지만, 온갖 삶의 사연을 담고 있는 트로트 듣는 것에 재미가 붙었다.

아이돌 가수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보는 것은 좋은데 가사가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예쁜 것인지, 발달한 성형 덕인지 하나같이 잘생기고 예쁜 아이돌 가수는 누가 누군지 분별하기도 쉽지 않다. 그들이 부르는 빠른 템포의 노래에 귀가 기울여지지가 않는다.

얼마 전 어느 방송국에서 ‘청춘합창단’이라는 타이틀로 합창대회에 나갈 55세 이상 되는 사람들을 모집했다.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은 인원이 지원을 했다고 한다. 55세부터 84세의 연세 많은 노인까지 합창단원이 되었다. 인생의 황혼길에 서 있는 사람들이지만 혼신을 다해 노래 부르는 모습이 참 보기에 아름다웠다. 나이는 들었지만 각자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그분들의 모습이 좋았다. 뉴스와 다큐멘터리만 보던 TV채널이 이제 노래하는 프로그램도 한몫 끼었다.

요즘은 여러 방송국에서 가수들이 경연을 하는 프로가 생겨 재미있게 보고 있다. 가수들이 열정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정신이 바짝 들었다. 그들의 노력하는 모습에 내 삶을 비추어 보며 가수들의 노래에 심취하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준비하며 혼신을 다하는 가수의 능력에 대한 놀라움, 노래는 잘하지만 매스컴에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던 가수들을 발굴해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재미있다.

기성가수들의 노래를 편곡해서 부르는 색다른 맛에 함께 장단 맞추고 노래에 깊이 빠져 눈물을 글썽이기도 한다. 가수가 흥에 겨우면 난도 흥이 절로 나고, 춤을 추면 어깨가 들썩여진다. 온 힘을 다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깊이 빨려 들기도 한다. 예전에 듣던 노래인데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 가슴을 울리는 가사가 새삼 마음에 와 닿는다.

노래 듣기에 심취를 하니 노래에 대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장르가 다양한 것도 알게 되어 제법 유식해진 것 같다. 가수가 노래하는 데 그렇게 많은 악기와 협조자가 동원되는 것도 비로소 깨달았다. 노래와 어우러지는 춤은 또 얼마나 재미있고, 보기 좋은지.

자타가 인정하는 최고의 가수인데도 무대에 오르기 전에 긴장하고 떨린다고 청심환도 먹고 끝까지 연습하는 모습이 진정한 프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어떤 프로가수는 내공을 갖지 않으면 무대에 올라 올 수가 없을 것 같다고 말한다. 우리는 모두 60억이 뒤엉켜 움직여야 되는 무대에서 살아야 하니 얼마나 큰 긴장과 떨림, 내공을 가져야 하나.

한 곡의 노래가 감동도 눈물도 나게 하듯이 나도 그렇게 감동을 주는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수들의 노래에 빠져 행복하듯이 글 쓰는 일에 푹 빠져 행복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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